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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프로야구 800만 관중시대.. 위기의 시작일 수도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8 17:57

수정 2016.09.29 08:06

프로야구 출범 34년만에 기록
美 산체스-日 오타니 '핫이슈'
한국 최대화제는 '마리한화'뿐 볼거리 없으면 외면 당할수도
국내 프로야구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 관중시대를 연다. 27일 현재 2016시즌 프로야구 관중 수는 799만4769명을 기록했다. 800만명까지 남은 숫자는 불과 5231명. 대망의 800만명 돌파는 시간 문제다. 프로야구 출범 34년 만이다.

하지만 숫자에 취해 마냥 즐거워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800만 관중이라는 화려한 커튼 뒤에 감춰진 어두운 그림자를 간과해선 안된다.
프로야구는 화제를 먹고 산다. 끊임없는 화제의 뒷받침이 없으면 한 때 국민 오락이었던 서커스처럼 한 순간에 외면당할 수 있다.

최근 한·미·일의 프로야구 화제를 보면 우려가 현실로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뉴욕 양키스의 신인 게리 산체스(24)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앙숙'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서 시즌 20호 홈런을 날렸다.

지난달 4일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산체스는 불과 51경기 만에 20호 고지를 정복했다. 이는 1930년 이후 86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산체스는 8.7타석 당 한 방씩 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1927년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9.0타석 당 한 방씩의 기록을 능가하는 페이스다. 베이브 루스는 그해 6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산체스는 불과 데뷔 50여일만에 59안타, 20홈런, 42타점을 기록 중이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오타니 쇼헤이(22·니혼 햄 파이터스)는 28일 세이부 라이온즈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정해진 일상이다. 이날 오헤이의 등판은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오타니는 하루 전까지 9승(4패), 104안타, 22홈런을 기록했다. 1승을 추가하면 10승-100안타-20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투타 겸업이 사라진 현대 야구에서 찾아보기 힘든 진기록이다.

오타니는 지난 25일 라쿠텐전서 지명타자로 출전 시즌 100안타를 달성했다. 1회 상대투수 안라쿠 도모히로의 5구째를 공략해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100안타와 20홈런을 채운 오타니에게 남은 과제는 10승. 오타니의 본업은 투수다. 일본 열도가 들썩일 수밖에.

올 시즌 한국야구의 최대 화제는 '마리 한화'였다. 그 중심에는 김성근 감독(74)이 있다. 하지만 김성근 야구는 미국과 일본의 젊은 피들이 보여준 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잦은 투수 교체와 늘어진 경기시간으로 피로감을 불러왔다.

김성근 감독은 27일 대전 경기에 앞서 2군 투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의 실제 투구를 본 후 다음 달 일본에서 갖는 교육리그에 보낼 선수들을 선발하기 위해서였다. 내년 시즌 집권 의사를 분명히 하는 일종의 시위로 해석된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스토브리그(야구가 열리지 않는 겨울) 동안 내년 시즌 산체스가 몇 개의 홈런을 때릴 것인가 이야기꽃을 피울 것이다. 일본 야구팬들에겐 2017년 오타니가 여전히 '2도류(투타 겸업)'를 고수할 것인지가 화제의 중심이다.
내년 한국야구의 핫 이슈는 무언지 모르겠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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