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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투명한 사회로 가는 길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29 17:11

수정 2016.09.29 17:14

[여의나루] 투명한 사회로 가는 길


2016년 9월 28일 우리 사회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드디어 시행됐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기준에 따른 적용대상 기관이 총 4만919개, 관련 대상이 400만명으로 추산되며, 조직문화와 사회분위기 등 일대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은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사회의 구조적 비리를 없애자는 목적에서 처음 발표를 했고, 작년 3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와 '이해 충돌 방지' 부분에서 국회의원이 관련된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빠지고 대신 언론사와 사립학교 관계자 등을 포함시킨 것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배우자의 불법사실을 신고토록 한 의무조항에 대해서도 부정부패 해결을 명분으로 하여 사회상규까지 국가 형벌권의 감시망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등 반론이 커지면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마침내 헌재의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국가사회에 영향력이 큰 언론과 교육 분야 종사자들의 청렴성은 공직자와 같이 높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 법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국가권력의 자의적 법집행과 남용으로 언론자유 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면서도 과도기적 우려로 염려나 제약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이 김영란법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광범위한 부패방지 법안으로 평가되는 김영란법이 접대문화가 비일비재한 우리 사회분위기를 감안할 때 당분간 경제에 미칠 손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난해 접대비로 사용된 카드 결제규모가 11조7000억원에 이른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소비 위축이 가져다줄 경제적 영향은 불가피하겠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청렴도 상승에 따른 국제경쟁력 향상과 이에 따른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는 주장을 반박할 수 없다. 부정부패만 없어도 연평균 성장률이 0.6%포인트 높아진다는 전문 연구기관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의 부패지수는 세계 168개국 중에서 37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지닌 한국이 경제규모, 인적자원의 질, 복지 수준, 정치.사회 시스템, 문화 수준 등 선진국의 요건을 갖춘다 하더라도 부패지수가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한 아무도 우리를 선진국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김영란법의 내용이 복잡하고 경우의 수가 많아서 시행 초기 혼란이 예상되지만 이제 우리 사회는 '가보지 않은 길, 그러나 가야 할 길'로 들어섰다. 가야 할 길을 선택한 이상 김영란법의 조기 정착에 힘써야 한다.

정부는 김영란법의 보다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혼선과 부작용의 최소화에 세심한 노력을 해야 한다. 대상자들에 대한 철저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이어나가고 피해 산업이나 업종에 대한 지원대책도 강구되어야 한다.
아울러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이번에 빠진 '이해충돌 방지'에 대한 적극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사회다.
김영란법이 사회 전반에 걸쳐 잘 정착됨으로써 우리 사회에 공정하고 투명한 분위기가 뿌리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대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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