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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재벌 만들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06 17:44

수정 2016.10.06 17:44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최근 국정감사에서 야권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기업들이 출연해 설립한 재단들에 문제를 제기했다. 평소 대기업들의 사회공헌이 미흡하다는 질책이 이어지는 형편에, 자발적으로 공익적 목적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는 데 수백억원의 금전을 쾌척한 것에 박수는 치지 못할망정 따지고 정치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 의도가 불순하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유언비어 유포로 처벌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일에 대기업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수백억원을 내는 것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불순하다고 생각하는 총리의 상상력도 상식은 아닌 듯하다.

물론 이 글은 야권이 제기하는 의혹과 관련해 현 정부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재벌기업들에 대한 비합리적인 요구들은 재벌들을 정권과 유착하게 만들고, 정권은 재벌기업들의 취약점을 이용해 줄 세우기나 길들이기를 통해 권력의 도구로 활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재벌기업의 이윤 추구를 탐욕으로 비난하고 사회적 공헌을 요구하는 도덕적인 비판들은 재벌들은 물론 우리 사회에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제일의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윤을 많이 내는 기업을 사회적으로 크게 공헌한 기업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소수 경영자나 지배주주의 독단으로 다수 주주들이나 소비자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사회 공헌을 결정하는 것은 차라리 배임이다.

최근 경영권 다툼을 하던 재벌그룹의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구속 여부가 총수 일가를 두렵게 하고, 목숨을 바쳐 검찰 수사를 몸으로 막은 전문경영인의 죽음이 세론의 관심을 모았지만 실은 기업 이익을 친족에 빼돌린 행위에 대한 주주들의 손해배상이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일이 아닐까. 총수의 친족들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수백억원을 급여로 받아갔다거나 비싼 임차료를 내야 할 매장을 싸게 임차해 엄청난 부를 모은 것은 만일 사실이라면 공익을 해친 것이기에 앞서 주주들의 이익을 빼앗아 간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기업들을 감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의 규제나 검찰 권력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주주, 소비자들의 감시다.
정부 규제를 통해 경제민주화를 달성한다는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의 위험한 상상력이나 정부의 규제 권한을 남용해 재벌을 길들이고 줄 세우기 하려는 권력의 일탈은 모두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태롭게 한다.

경제민주화는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재벌을 만드는 것 아닐까. 정부가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 그리고 주주들을 두려워하는 재벌을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길이다.
그러면 전경련 부회장이 나와서 문화 융성과 한류 문화 확산을 위한 재단 설립에 자발적으로 출연했다는 말에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어느 전문경영인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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