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에 듣는다]

美 지출, 전쟁에서 교육으로 돌려야

지령 5000호 이벤트

미국은 지출을 전쟁에서 교육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중앙정보국(CIA) 체제에서 새로운 세계교육기금(GFE)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전 세계 수억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거나 컴퓨터도 없고, 전기도 안 들어오는 콩나물 교실에서 자격 미달 교사들에게 배우고 있다. 전 세계 상당부분이 대규모 불안, 실업, 빈곤으로 향하고 있다. 21세기는 젊은이들을 적절히 교육해 세계경제에 생산적으로 참여하는 국가들의 몫이다.

현재 세계 교육과 군사관련 프로그램에 관한 미국의 지출 불균형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전자에는 연간 10억달러가 투입되지만 후자에는 줄잡아 9000억달러가 들어간다. 국방부(약 6000억달러), CIA 등 관련 정보기관(약 600억달러), 국토안보부(약 500억달러) 국방부 직할 이외 핵무기 체계(약 300억달러), 예비군 프로그램(약 1600억달러) 등이 군관련 지출에 포함된다.

군사비와 전 세계 교육지출 비율을 900대 1로 맞추는 것이 미국 국가안보를 추구하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미국 정치인들과 정책담당자들은 믿는 것일까? 물론 미국만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스라엘 모두 막대한 군비지출로 중동 군비경쟁을 이끌고 있다. 미국은 여기에서도 주요 금융 지원국이자 무기 공급국이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교육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평화경쟁인데도 주요국들은 새로운 군비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와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이끄는 국제 세계교육자금지원위원회(ICFGE) 보고서를 포함한 최근 국제 보고서들은 전 세계 초중등 교육 지원에 필요한 금액이 연간 약 40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10배 증액을 통해서만 가난한 나라들은 보편적인 초중등 교육을 달성할 수 있다.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 클린턴이 정말로 평화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믿는다면 클린턴은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결핵, 말라리아와 싸우기 위한 세계기금을 국가원수로는 최초로 지지한 것과 마찬가지로 GFE 창설을 지지한다는 자신의 의중을 나타내야 한다. 클린턴은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도 이 다자 간 노력에 참여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GFE가 없으면 빈국들은 세계기금이 마련되기 전까지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에 대항할 돈이 없었던 것과 꼭같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재원 결핍을 겪게 될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는 일인당 연간 최소 250달러가 들지만 이들은 평균 90달러 정도만 조달할 수 있다. 연간 160달러가 부족하다. 학령기 아이들을 2억4000만명으로 계산하면 연간 400억달러가 필요하다.

교육비 부족은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다. 아이들은 일찍 학교를 그만둔다. 기초적인 읽기, 쓰기가 안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중퇴한 아이들은 곧잘 갱단, 마약 운반, 심지어 지하드로 흡수된다. 여자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 결혼하고 애를 낳기 시작한다. 출산율은 매우 높고, 이 가난한 아이들은 교육을 덜 받은 엄마(그리고 아빠) 밑에서 실질적으로 가난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학교를 통한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에 실패한 비용은 정치적 불안정, 미국(중남미와 카리브해 출신)·유럽(중동과 아프리카 출신)으로의 막대한 이민, 빈곤과 관련한 폭력, 마약, 인신매매, 종교갈등이다. 조만간 미국의 드론은 이 같은 불안정을 가중시킬 것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는 CIA에서 GFE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이라크 사담 후세인,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를 목표로 하는 것들을 포함해) 비싼 실패를 안겨준 미국 주도의 체제에서 건강과 교육, 적절한 일자리에 대한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제프리 삭스 美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