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현장클릭] 금융노조, 이대론 안 된다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3 17:24

수정 2016.10.13 17:30

[현장클릭] 금융노조, 이대론 안 된다

이쯤되면 인정을 하는 것이 맞다. 이번 전략은 한계에 부닺혔다. 이제 방향 전환을 고민해봐야할 때가 된 건 아닐까.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금융노조를 바라보는 마음이 안타깝다.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금융노사의 제 8차 단체 교섭이 무산됐다. 금융노조가 먼저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8차 산별중앙교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측 관계자는 "이미 사용자협의회가 사라졌기 때문에 단체교섭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말 14개 은행장들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며 협의회는 이미 해체된 상태다. 금융노조가 단체교섭을 할 대상은 애초에 없었던 셈이다.

노조가 설 자리는 눈에띄게 좁아졌다. 지난달 총파업이란 초강수를 꺼내들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9만명의 노조원이 운집해 영업 차질이 있을 것이라 경고했지만 시중은행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했던 영향이 크다. 특히, 집회에 참가한 직원들은 당일 결근처리 되면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았다는 평가다.

노조는 현재 성과연봉제 관련 지부 노사간 개별교섭과 합의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산별중앙교섭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또 11월 중 다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큰 힘을 실을 순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11월부터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은행들의 노조위원장 선거가 이어질 예정인데다, 김문호 통합노조위원장의 임기도 올해 끝나 총파업에 온전히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명단을 사측에 요구하는 등 예상보다 강경한 반응을 보인 것도 2차, 3차 파업에 대한 노조원의 부담을 키웠다.

여론마저 좋지 않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은행원들이 호봉제를 고집하는데 대한 반발심이 컸다.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불완전 판매가 늘고, 고객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게 노조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얼마 전, 미국 은행인 웰스파고는 개인별 성과평가를 위한 평가지표에 반영되던 금융상품 판매 목표 달성 항목을 없앴다.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하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웰스파고는 현재 연봉 차등폭 30~50% 수준의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내년 인터넷전문은행이 모두 출범하고 나면, 디지털뱅크의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시대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연봉제와 호봉제 논쟁은 이미 관심에서 멀어졌다.
중요한건 무엇인가, 다시 고민해야할 때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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