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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인종갈등에 몸살 앓는 美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4 17:37

수정 2016.10.16 16:36

[월드리포트] 인종갈등에 몸살 앓는 美

미국이 아프다. '인종 간의 갈등'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경찰폭력을 둘러싸고 미 곳곳에서 흑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는 일부 운동선수들까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경기 시작 전 국민의례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미 국민들의 반응도 인종에 따라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인 응답자의 63%는 선수들의 국민의례 거부 시위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선수들의 국민의례 거부를 지지한다고 대답한 흑인 응답자는 무려 74%에 달했다. 인종 간의 갈등은 흑백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 폭스뉴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아시아 이민자들을 조롱하는 식의 정치풍자 코너가 방영돼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안들이 분개하고 나섰다. 문제가 된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는 맨해튼 소재 차이나타운을 방문, 이번 미 대선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물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이들 주민은 기자가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묻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 프로그램이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아시아 이민자 전체를 조롱하고 비하했다는 비난에도, 폭스뉴스는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 편집국 간부로 일하고 있는 중국계 2세가 맨해튼 한복판에서 백인 여성으로부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은 뒤 이를 신문에 글로 소개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편집국의 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마이클 루어는 미국인 유학생 1세대를 부모로 둔 중국계 2세로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대를 졸업한 엘리트 언론인이다. 비록 세계가 인정하는 대학과 언론사에서 일하며 미 주류사회의 당당한 일원이지만 외모는 결국 '타국에서 이민 온 아시아인'으로 비쳐졌다. 그는 아시아계 친구들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맨해튼의 한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교통체증 때문에 짜증이 난 한 백인 여성이 지나가면서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고 자신의 글을 통해 공개했다.

전 세계 모든 인종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건국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존재해 왔다. 하지만 근래 들어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막말 등을 통해 백인 저변층의 반이민 정서를 부추기면서 인종 간 갈등 분위기는 표면 위로 빠르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한 여론조사 결과, 이민 문제를 놓고 미국인들의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불법이민 축소 및 통제가 미국의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공화당 지지자들은 무려 68%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찬성한 민주당 지지자는 31%에 불과했다. 대규모 이민자 유입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도 양당 지지자들은 극단적인 입장 차이를 보였다. 공화당 지지자의 67%는 '대규모 이민자 유입이 미국의 핵심 이익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27%에 그쳤다.

이민 전문가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이민 입장에 대해 트럼프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낙선하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이민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세계에서 최강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민자들과 유색인종에 대한 포용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시를 와본 사람이라면 맨해튼 32가에 있는 '코리아타운'을 가봤으리라 생각된다.

뉴욕에는 코리아타운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이탈리안, 그리스, 파키스탄, 멕시코, 브라질 등 전 세계 모든 민족들의 '리틀 타운'이 형성돼 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허용하고, 또 포용한 정책이 오늘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분위기는 이와 같은 인종 간의 화음이 깨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 더더욱 중요하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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