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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역대 최악' 국감이 보여준 정치권의 민낯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4 17:29

수정 2016.10.16 16:36

[여의도에서] '역대 최악' 국감이 보여준 정치권의 민낯

'국정감사'란 정부의 1년 국정농사에 대한 정치권의 '품평'이다. 분야별 비효율성을 걷어내 내년 국정운영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최근 국감은 정치공세의 장(場)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부의 국정을 감시하고, 수정하고, 개선하는 국감의 본래 기능은 상실됐다.

그저 여와 야 간 공방과 당리당략만 있을 뿐이다. 야권은 오랜만에(?)에 호재를 만나 연일 여당과 청와대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고, 여권은 방어에 급급하다.
물론 여야가 정치현안을 놓고 얼마든지 기(氣)싸움을 벌일 수는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라는 게 있고, 다양한 정치공방에 앞서 민생안정은 어느 것보다 우선해야 할 책무가 정치권에 있다. 미르재단 의혹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슈지만 민생이야말로 최우선 의제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국감의 현주소는 매일매일 공방에 공세를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방어에만 몰두한다. 미르재단 의혹에 대한 야권의 정치공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관련 증인을 출석시켜 떳떳하고 당당하게 해명하도록 하는 게 맞다.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야권이 정치공세를 펼치기 전에 여권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한 자정을 시도해야 한다. 국민은 이미 여당의 견고한 방어막에 "혹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말로만 문제가 없다고 하고, 관련 증인 보호에 올인할수록 오히려 국민과 야당의 의구심만 증폭시킬 뿐이다.

야당도 정치적 호재를 만났다고, 그저 '꽃놀이패'를 쥐었다고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형 비리는 무조건 밝혀서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를 정국 주도권 잡기 수단으로 삼는 데만 치중한다면 야당의 권력 견제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감은 무너질 것이다. 그저 정치혐오증만 키울 뿐이다. 야당이 정부.여당의 국정 실패를 세련되게 지적하는 게 국감의 본모습일 게다.

1년에 9월 정기국회에서 2주가량 반짝 집중하는 기존 국감 시스템은 초반 파행을 겪었듯 언제든지 정치 이슈가 끼어들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모순이 있다. '벼락치기' 하느라 제대로 국정 전반에 걸쳐 문제점을 진단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의원들 역시 단기간에 국정의 '민낯'을 숙지하기에는 버거운 게 사실. 최근 모 의원이 기본적인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자질 문제까지 거론되며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것도 현재의 국감시스템이 초래한 기형적 결과물이다.

1년에 2주가량 선택과 집중을 못할 바에야 차라리 그때그때 필요성이 있을 때마다 국정을 감시하자는, 상시국감의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감이 그저 '국정에 감사(感謝)하는 요식행위'라는 조롱조의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국회의원 스스로 '소신 있는' 문제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정치공방이 정치권의 어쩔 수 없는 '역기능'이라는 걸 인정하더라도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아 국민혈세가 허투루 낭비되는 걸 막는 국감의 '순기능'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지금 정치권이 보여주는 행태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자폭' 수준이다.
최소한 여야 대표 등 지도부가 나서 국감의 순기능을 제대로 발현시키는 데 올인해야 할 때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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