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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한미약품과 공매도 논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7 17:00

수정 2016.10.17 17:00

[fn논단] 한미약품과 공매도 논란

한미약품의 늑장공시와 내부자 거래 의혹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관찰되는 호재성 공시에 이은 악재성 공시, 이해하기 힘든 공시 타이밍, 악재성 공시 이전에 집중된 대규모 공매도는 가히 투자자들에게 악몽 3종 세트라 불릴 만하다.

한미약품 사태의 진행과정에서는 공매도 제도의 유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다. 악재성 공시가 이루어진 9월 30일 오전 9시29분 이전에 내부자 거래로 의심되는 공매도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로 인한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퍼지면서 공매도 거래에 대한 비난이 확대되었다.

공매도에 대한 금지 논란은 큰 폭의 주가하락이 나타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주가하락으로 인해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전유물이 돼버린 공매도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개인투자자가 활용할 수 없다면 차라리 금지해버리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의 관점에서는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공매도는 주식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부정적인 기업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 주된 경로로 작용하며 과도한 주가버블의 형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공매도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공매도가 가진 이러한 기능을 절대 무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학계에서는 공매도가 1609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매도 제도는 400년이 넘게 유지돼온 제도다. 금융시장이 발달돼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매도 제도가 허용되고 있다는 점도 공매도의 유용성을 뒷받침한다. 불공정거래를 부추겨 투자자 피해만을 양산하는 쓸모없는 제도라면 많은 국가에서 널리 채택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공매도 논란에 있어서의 핵심사항은 불공정 거래세력에 의한 악용 및 공매도 접근가능성에 대한 차별이다. 공매도 논란을 지켜볼 때 안타까운 점은 공매도 거래가 주가조작을 위한 불공정거래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매도 거래는 불법적인 거래가 아니다.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 활용할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거래방식인 것이다. 따라서 비난의 대상은 공매도가 아니라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세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제도개선도 공매도 금지로 갈 것이 아니라 불공정 거래세력의 색출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가능성을 개선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중요한 이유는 공매도를 활용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길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개인의 공매도 접근은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당국에 의한 규정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역할 확대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대주조건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설정된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장을 위축시키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공매도 제도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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