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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부동산 과열, 강경책으론 못푼다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18 16:44

수정 2016.10.18 17:13

[차장칼럼] 부동산 과열, 강경책으론 못푼다

지난 2001년 겨울. 필자가 스페인 카탈루냐의 한 도미토리에 머물 때였다. 숙소 샤워시설엔 동전투입구가 달려 있었다. 여기서 첫날밤을 보내는 여행객은 대부분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식이다. 동전을 넣고 온수 샤워를 하다 보면 금세 얼음장 같은 물이 얼굴이며 가슴팍을 때린다. 비명을 지르면 복도에서 다른 여행객들이 낄낄댄다.
그 샤워기는 동전 하나당 딱 3분만큼만 자비를 보여줬던 것이다.

최근 강남지역 초강경 규제론이 거론되면서 이 일이 떠올랐다. 이제 찬물을 끼얹을 때가 됐다는 얘기로 들린다. 다만 현재 국토교통부의 내부 분위기는 강경론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강경론을 불러일으킨 건 강남의 부동산 상승세 때문이다. 최근 재건축단지 일반분양 가격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기존 주택 값이 과도하게 올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던 2008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추가 규제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의 고민이 있다. 일정 기준에 따라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할 경우 강남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 일부 지역 역시 해당 기준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4일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조치는 이런 맥락이다. "앞으로 시장동향을 세부 지역별, 주택 유형별로 더욱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극과 극'을 달려왔다. 대책 이후엔 착시효과가 나타났다. 억제대책을 써도 집값이 과도하게 급등하고, 부양책을 써도 거래가 늘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처럼 실시간 모니터링이 어려웠으니 어느 정부든 강경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시장에서 살아남는 투자자들은 이런 착시 패턴을 정확히 예측한 사람들이었다. '부동산 불패론'은 정부가 강경한 억제대책을 시행한 직후 빛을 발했다. 그 반대로 '부동산 필패론'은 정부의 부양정책이 나온 직후에 자주 거론되는 키워드다. 그러다보니 후폭풍은 다음 정부가 맞고 역시 그 정반대의 강경책이 나왔다.

밀턴 프리드먼이 빗대 말한 '샤워실의 바보(The fool in the shower)'는 이런 냉온탕정책을 비판하는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 더운물이 나오도록 샤워꼭지를 조절했는데 온기가 느껴지지 않자 레버를 완전히 열어 화상을 입는다는 얘기다. 금리 조정 등 어떤 정책을 쓸 때 효과를 단기간에 알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다행히 현 정부는 프리드먼의 샤워실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 있다. 이제는 대규모 공공택지를 통한 신도시 공급이 없고, 거래 또한 투명해져 더 정확한 세부 데이터를 주간단위로 사실상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시장을 더 세밀하고 조심스럽게 다룰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국토부 내부에선 전체 부동산 시장이 '하방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장 변화 추세와 후폭풍을 감안해 규제 강도와 타이밍에 대한 현명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ksh@fnnews.com 김 성 환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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