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책이 군대를 바꾼다(9)] 詩가 있는 병영..간부-사병간 벽 허무는 ‘감성의 향연’

문형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0 17:27

수정 2016.10.20 17:27

7군단 통신단 북콘서트-윤동주를 통해 배우는 청년 감성
딱딱한 군대문화 바꾸는 수평적 ‘문화의 장’ 역할
강사로 나선 김응교 교수 “군인자식 둔 아버지 심정”
강단 내려와 장병과 포옹
7군단 독서마일리지 운영
독서 붐 조성에도 앞장서
책 매개로 전우애도 돈독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가 지난 13일 육군 7군단 통신단 장병들에게 시인 윤동주의 삶을 강연하고 있다. 사진=문형철 기자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가 지난 13일 육군 7군단 통신단 장병들에게 시인 윤동주의 삶을 강연하고 있다. 사진=문형철 기자


김응교 교수의 강연이 끝나자 장병들이 자신의 소감을 밝히고,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사진=문형철 기자
김응교 교수의 강연이 끝나자 장병들이 자신의 소감을 밝히고,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사진=문형철 기자


신병부터 장교까지 책 읽는 문화가 확산돼 북콘서트, 명사 강연 등 좋은 책과 관련된 문화행사가 열리면서 수직적이고 딱딱한 병영문화가 수평적이고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13일 육군 7군단 예하 통신단에서는 '시인 윤동주와 함께'라는 주제로 북콘서트가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해 올해로 5년차를 맞는 병영독서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북콘서트에 대한 7군단 통신단 장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날 북콘서트에 강사로 나선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군에 자식을 보낸 아버지로서 장병들 앞에서 강연할 기회를 가져 뿌듯하다"면서 시인 윤동주의 삶을 통해 청년들이 가져야할 인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강연했다.

김 교수는 윤동주 시인의 초창기 작품들인 '눈' '호주머니' '팔복'과 대표작인 '서시' 등을 소개하면서 슬픔을 명랑하게 표현했던 청년 윤동주의 따뜻한 인품과 인문학적 가치를 소개했다.

김 교수의 강연이 끝나자 장병들은 '추운 겨울의 눈을 따뜻이 덮어주는 이불로 표현한 감성이 아름답다' '호주머니에 넣을 것은 없지만 주먹만은 가득이란 표현에서 잊고 지내던 자신감이 느껴진다' 등 저마다의 느낌을 스스럼없이 표현했다.

장병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예정된 시간을 넘겨 강연이 끝나자 김 교수는 팔을 벌려 장병들과 포옹하며 강단을 내려왔다.

김 교수의 강연이 끝난 후 차분해진 북콘서트장은 다시 장병들의 장기자랑과 4인조 걸그룹 '레이샤' 공연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적인 감성과 젊음의 열정이 공존하는 이번 북콘서트에서 간부와 병사라는 수직적 신분의 벽은 허물어지며, 동료와 전우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북콘서트에 참가했던 통신운영대대 분대장이자 특급전사인 이현민 상병은 "김응교 교수님의 윤동주 시인의 삶에 대한 소개는 오늘날 청년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좋은 경험"이라며 "슬픔을 명랑하게 표현한 윤동주의 모습 속에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청년 감성이 느껴졌다"고 북콘서트 후 소감을 밝혔다. 이 상병은 또 "훌륭한 강연과 모두가 즐거웠던 북콘서트는 군 생활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며 "많은 장병이 이런 문화적 기회를 누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통신단 박형길 하사는 "이번 북콘서트가 장병들의 독서에 대한 흥미를 더욱 크게 만들어준 것 같다"면서 "상급부대인 군단과 통신단에서는 예하 부대가 책을 더 가까이 하게 할 여러 지원책을 내왔는데 이번 콘서트도 그런 노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하사는 "책을 매개로 간부와 병사 간의 벽을 허물고 서로가 동료, 전우로 인식하게 만든다"면서 "실제로 누가 어떤 책을 읽고 있으면 그에게 관심이 생기고 그런 관심이 자연스레 일상의 화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통신단 예하 부대 소대장인 조민아 소위는 "장교 임관 전에 생각해왔던 병영과 사뭇 다른 모습에 놀랐다"면서 "부대 차원의 독서장려와 장병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는 모습은 대학생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풍경"이라고 말했다.

조 소위는 "장교가 되기 전 사관후보생 시절에는 대학 전공서적 외엔 책을 읽거나 한 기억이 없었다"면서 "장교가 되기 위해 훈육 장교들의 말에 귀기울였던 내가 책을 통해 부하들과 대화하고 책을 통해 지휘하는 모습을 보면서 독서가 군인에게 주는 큰 힘을 느꼈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육군 7군단은 '책 읽는 병영 만들기' 운동을 통해 장병들의 실질적 독서문화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양질의 도서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 도서관과 인근 대학교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다양한 도서를 도서관에 비치하고 국군문화진흥원, 월드작은도서관 등과 협조해 다양한 도서를 기증받아 군단 예하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7군단은 독서 '붐'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펼치고 있다.

군단 선봉 30.30운동(하루에 30분 30쪽 이상 책 읽기)과 한 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면 1포인트씩 점수를 부여해 50포인트가 쌓이면 4박5일 포상휴가를 주는 '독서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독후감 경연대회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병사들의 독서문화 조성과 함께 간부들의 독서 생활화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아침의 BOOK 산책'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간부들이 자신이 읽은 책을 자유롭게 소개함으로써 하루를 책으로 시작하는 근무 분위기를 조성해 독서를 통한 동료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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