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에 듣는다]

과도한 세계화 띄우기의 대가

대니얼 그로스 유럽정책연구원장

교역 감소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해결은 난망이다. 문제는 지난 수십년에 걸친 교역 성장세의 동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신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장 하나를 통틀어 이 문제에 할애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어떤 새로운 장벽도 발견하지 못했다. IMF는 현 추세를 움직이는 동력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건너뛰었음에도 '교역과 성장의 선순환'을 되살리기 위한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교역에 대한 신념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문제는 이 같은 신념이 교역 저하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세계화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많은 이들을 집착하게 만들었고, 교역 자유화라는 불가능한 기대를 만들어냈다.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면서 이들은 자유교역에 뒤통수를 맞고 거부당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교역 자유화가 경험적으로 전혀 존재하지 않았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각국은 교역장벽을 허무는 것을 통해 더 생산적인 부문에 특화할 수 있고, 이는 더 높은 성장과 모두에게 더 높은 생활수준을 안겨준다. 실제로 2차대전 중 형성된 높은 무역장벽을 깨는 1950~1980년대 과정은 성장과 생활수준 모두를 크게 높였다.

그러나 이 소득은 궁극적으로 점차 소멸됐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교역장벽 완화 이득은 장벽이 낮아지면서 장벽 완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감소한다. 관세와 기타 무역장벽이 이미 크게 낮아진 1990년대 초에 교역 자유화에 따른 전통적인 이득이 대부분 사라진 것은 이 때문에 결코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남아 있는 낮은 장벽들을 제거하고 큰 영향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기간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20년에 걸친 상품 호황이다. 가격이 크게 오른 덕에 주요 상품 수출국가들은 수입을 늘릴 수 있었고, 국내 성장 증진정책도 추진할 수 있었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됐다. 더욱이 상품은 세계 교역에서 비중이 크기 때문이 상품 교역 증가는 전체 교역 규모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대부분 경제학자와 정치인들은 2000년대 초반 교역과 성장에서 상품가격 상승이 미친 영향을 인식하는 대신 이를 교역 자유화 정책의 산물로 평가했다.

그러나 상품가격 상승에 자극받은 성장세는 교역장벽 허물기에 따른 성장과 달리 상품을 수입하는 선진국의 생활수준을 떨어뜨렸다. 가격 상승이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 노동자들은 경제적으로 쪼들리게 되자 세계화가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높은 상품가격, 특히 고유가는 미국의 부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냈다. 유럽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대외수지 균형을 위한 제조업 수출 확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이 때문에 제조업 부문의 수출 둔화를 용인했다. 그 결과 미 노동자들은 양면으로 압박을 받게 됐다.

이 모든 일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본격적으로 발효되던 시기와 일치했다. 대부분 연구들이 NAFTA에 따른 일자리 순감소는 제한적임을 보여줬지만 바로 그 시기에 밀어닥친 강한 충격은 자유무역협정-그리고 포괄적인 세계화-에 대한 미 노동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반감을 낳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부유하다고 느끼게 해줬던 집값이 붕괴됐고, 이는 노동자들을 짓눌렀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보호주의를 통한 번영을 약속해 지지를 이끌어낸 배경이다.

지난 20년에 걸친 이례적인 교역증가 원인에 대한 오해를 바탕으로 정치 엘리트들은 세계화를 너무 띄웠다.
희소식도 있다. 만약 교역 규모 감소가 상품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라면 이는 선진국 노동자들에게는 혜택이 된다는 것이다. 아마 이 정도로도 새로운 교역장벽 요구를 누그러뜨리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