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정책당국, 책상 떠나 현장으로 달려가야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3 16:47

수정 2016.10.23 16:47

[데스크 칼럼] 정책당국, 책상 떠나 현장으로 달려가야

국가정책에 있어서 정부의 결정은 절대적이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결정을 보면 정말 실망스럽다. 충분한 검토 없이 탁상공론식 정책으로 나라 경제를 더욱 어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진해운 사태다.
한진해운은 한때 국적선사로서 세계 7위의 컨테이너 원양선사였다. 아시아∼미주노선의 경우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와 맞먹을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부는 그러나 해운산업 논리보다는 금융논리를 앞세워 한진해운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집어넣었고, 결국 청산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물류대란이 일어났고, 국가신뢰도는 끝없이 추락했다.

우리가 이러는 사이 중국은 '해양굴기'를 내세워 글로벌 업계의 판을 흔들고 있다. 중국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선박주문량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1∼8월 중국 선박주문 적재량은 1787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늘어났다. 조선업계 시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조선 발주량을 늘리고, 자국의 해운사 몸집을 키워 2M(머스크와 MSC)이 주도하는 글로벌 해운업계의 새판을 짜르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원칙'만을 앞세운 우리나라 정부와는 큰 차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도 마찬가지다. 부정부패를 없애 투명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입법 취지는 좋지만 적용 범위를 민간인에게까지 적용,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오죽하면 국무총리까지 나서 범정부적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겠는가.

더 가관인 것은 김영란법이 서민들이나 일반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민원인과의 접촉을 단절하고 구내식당만 이용하자 주변 음식점에 손님 발길이 크게 줄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화훼업계 역시 주문이 끊기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가뜩이나 바닥인 서민들의 삶이 김영란법으로 더욱 어렵게 됐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달구고 있는 부동산시장 역시 정부의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때문에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25일 주택 신규분양물량을 줄여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늦추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 조정 등은 모두 빠졌다.

정부는 당시 "이번 대책으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오히려 서울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지난 15일에는 서민층이 내집 마련을 위해 찾던 보금자리론 공급을 갑자기 중단시켜 혼란을 부채질했다. 정부가 뒤늦게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돼버렸다. 정책이나 법을 만들때는 항상 시행 이후 시장과 국민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기본이다. 시행하면서 보완하자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발상이다.
그 사이 고통받게 되는 사람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책 당국은 '책상'을 버리고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직접 눈으로 보고 의견을 들어서 정책을 입안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shin@fnnews.com 신홍범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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