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국내에서만 힘못쓰는 박스카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3 17:11

수정 2016.10.23 17:11

국내선 지난달 기아 쏘울 245대 판매하는데 그쳐
대형 세단 선호 경향 커.. 日선 혼다 엔박스 큰인기
국내에서만 힘못쓰는 박스카

혼다 엔박스(위), 기아차 쏘울(아래).
혼다 엔박스(위), 기아차 쏘울(아래).

기아차 쏘울이나 닛산 큐브 등 '상자'처럼 생긴 박스카가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는 이유는 뭘까. 대표적인 박스카인 큐브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단종됐으며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혼다 '엔박스'의 경우에는 국내 출시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2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혼다의 경차 엔박스는 지난 8월 일본에서 총 1만3276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 2위를 기록했다. 1위인 도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1만7503대)에 이어 2위에 오른 것으로, 경차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인 모델이다. 지난 2015년 한해동안 총 18만4920대가 판매되며 가장 많이 팔린차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혼다 코리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디자인을 중시하면 실내공간 활용성은 떨어지기 쉬운데 엔박스의 경우 디자인과 공간활용성 모두 다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아차 쏘울의 경우에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쏘울은 미국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서 올들어 지난 8월까지 점유율 24.8%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 차는 지난 8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총 9만5938대가 판매돼 K5(8만317대), 쏘렌토(7만7465대)를 제치고 기아차 미국 판매 차종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박스카가 푸대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쏘울은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245대만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올들어 9월까지도 1686대 팔렸다.

일본 판매 2위 엔박스도 국내 출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한때 인기몰이를 했던 닛산 큐브는 2년 전 국내 시장에서 단종됐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판매 중이다.

업계에서는 박스카 인기가 저조한 것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이 세단과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닛산 관계자는 "큐브도 처음 나왔을 때는 인기를 끌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은 세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외국에서는 박스카를 메인차량으로 두기 보다는 세컨드카 등 서브로 두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상반된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혼다 관계자는 "외국에서 차는 '이동의 수단'이라는 측면이 크고, 효율성을 더 중요시 하는 분위기"라며 "국내에서는 경차는 안전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도 강하고, 큰 차나 '마크'를 중시하는 등 효율성 보다는 멋과 폼을 더 찾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는 차를 사기 전에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차고지 증명서'가 필요한데 엔박스와 같은 경차의 경우에는 그것이 필요 없다는 점도 인기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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