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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16'] '토종' 네이버, 애플·구글과 기술로 정면승부 선언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4 17:46

수정 2016.10.24 19:36

이해진 의장, 비전 제시
"서비스로 해외 공략했지만 앞으론 기술로 정면승부"
"단순한 창업 지원 넘어 함께 사업 키우겠다"
네이버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를 무기로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과 정면 승부에 나선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알고 있는 인터넷 포털서비스 네이버가 변신을 선언했다. 단순한 인터넷 포털이 아니라 '기술기업'이라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AI와 데이터 분석 등 여러 기술이 임계점을 넘어 우리 실생활에 들어오는 단계라 이제부터는 기술싸움이 관건"이라고 기술을 강조하며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경쟁을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기술과 시장을 놓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겠다고 나서는 이 의장은 내년 3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유럽과 북미 시장 개척을 위한 야전사령관을 자처했다.

1999년 설립된 후 국내 시장에서 성장해온 네이버의 글로벌 기술경쟁 도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는 IT공룡들의 미래 먹거리인 음성인식 기반 대화형 AI 비서와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R&D)에 총력을 기울여 초기 성과를 공개했다. 또 외국인 등 해외 이용자를 이용자로 확보하기 위한 모바일 통.번역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에 대응하는 웹 브라우저도 전격 선보였다.

여기에는 토종 IT기업인 네이버의 국내 시장 사수, 해외시장 공략이라는 의지가 반영됐다.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그룹인 거대 IT기업들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기반으로 전 세계 인터넷을 넘어 모든 영역을 AI 등 SW기술로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미국.일본 동시 상장을 계기로 자금을 확보한 네이버가 R&D에 실탄을 투입,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제2의 라인 성공신화'가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해진 "구글과 기술로 승부하겠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24일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6'에 참석, "국경이 없는 인터넷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정면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는 곳"이라며 "라인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로 해외 시장을 공략했지만 앞으로는 기술싸움이 펼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즉 AI와 빅데이터 분석 등 머나먼 미래로 여겨졌던 첨단 신기술들이 실생활에 들어오고 있는 만큼 관련기술 확보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이 의장은 글로벌 경쟁의 핵심전략으로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꼽았다. 그는 "좋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에 투자하고 협업하는 기회를 적극 늘려가겠다"며 "국내외 선도 기술을 가진 테크 스타트업과 네이버의 역량을 모아 힘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우리의 외부투자가 단순 창업지원에 초점을 맞춘 투자였다면 앞으로는 네이버와 스타트업이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키우는 쪽을 지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의장은 네이버 의장직은 사임하고 등기이사직과 라인 회장직만 유지하면서 북미지역과 유럽 등 신시장 개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라인이 최근 '코렐리아캐피탈'을 통해 1억유로(약 1239억원) 규모의 유럽 벤처 투자기금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테크 스타트업과 손잡고 AI 생태계 키운다

이 의장의 글로벌 IT기업을 향한 비전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곳은 자체 기술연구소인 '네이버랩스'다. 네이버랩스를 총괄하는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을 기치로 내걸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MS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음성인식 기반 AI 비서 '아미카'를 공개한 것이다. 특히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어 인식률(95%)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사수하면서 'AI 비서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 CTO는 "아미카를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칩셋인 아틱(ARTIK)에 이미 탑재했다"며 "유통.식음료 대기업인 SPC와 배달 및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 앱 '배달의 민족'과 '야놀자' 등도 아미카를 기반으로 새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스타트업과 함께 AI생태계를 키우고자 '오픈 아미카 얼라이언스'란 연합체도 발족했다"며 "아미카 기반의 서비스를 만들려는 스타트업에 기술.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글로벌 진출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네이버는 네이버랩스 안에서 자율주행차와 로봇, AI 등 미래 신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을 개별 법인으로 독립시키기로 했다.
별도법인은 이사회 승인을 거쳐 내년 초 출범하며 송 CTO가 대표이사를 겸직할 계획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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