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檢, 최순실 대통령 연설문 유출 선회..관련자 처벌은 어떻게?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5 14:44

수정 2016.10.25 14:44

민간 재단의 특혜 출연금 의혹에서 촉발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청와대 기밀 유출 논란으로 일파 만파 확산되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의 설립 및 운영 과정에 초점이 맞춰졌던 검찰 수사도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의 외부유출 진위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 판단시 징역 7년 이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 수사팀(팀장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은 최순실씨(60)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 PC를 확보, PC 안에 든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 관련 파일을 분석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전날 JTBC는 최씨가 사무실을 비우면서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 달라고 두고 간 컴퓨터에서 박 대통령 연설문 44개를 비롯해 200여개의 파일이 발견됐다며 최씨가 박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을 사전이 받아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 태블릿PC 1개를 수령해 현재 파일 내용을 분석 중"이라며 "들어 있는 파일은 (현재 진행 중인) 수사 단서로 삼을 부분이 있으면 수사에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확보한 파일들을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자료 분석) 부서에 맡겨 실제 청와대에서 작성된 것인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조사 결과 청와대 내에서도 극소수만 열람이 가능한 대통령 연설문이 외부의 특정 개인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 자체로 심각한 '국기 문란'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이같은 행위에 정치적·도덕적 책임과 별개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처벌이 가능하다는 견해는 연설문 등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들이 대통령기록물에 포함되고 공무상 비밀 및 기밀에 해당다는 해석이 근거다. 대통령 말씀 자료나 연설문이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공개되는 자료라 해도 비공개 시점인 발언 이전에 이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내용을 누설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대통령 권한 대행 및 당선인 포함)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본인이나 보좌·자문·경호기관이 생산·접수·보유하는 기록물 및 물품'으로 정의한다. 이를 무단으로 유출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반면 기존 법원의 판단을 고려할 경우 최씨에게 넘어간 연설문이 수정 단계에 있거나 원본 파일이 아니라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관련 자료가 대통령의 수정 지시가 내려진 초본에 불과해 '생산이 완료된 문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최씨 등 문건 유출 관련자 검찰 고발
검찰이 청와대 문서유출 의혹 관련 사실확인 및 사법처리를 위한 법리 검토에 나선 상황에서 최씨와 최씨에게 문건을 넘긴 관련자 전원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이날 "'최순실 PC(컴퓨터) 파일' 보도내용은 국기를 흔드는 중대 사건이자 국기 문란 범죄행위"라며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성명 불상의 유출 관련자 전원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대통령기록물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고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면 형사처벌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유출 관련자와 함께 최씨도 공동정범·교사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檢, 최순실 소재 파악 착수한 듯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 인력을 대폭 증원한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뇌물성 출연금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는 한편 독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씨 모녀의 행방 파악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씨 소유로 알려진 ‘비덱 타우누스’ 호텔 등 대리인을 통해 부동산을 정리작업중이고 이미 독일을 떠났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최씨의 범죄 혐의를 신속히 규명하기 위해 두 재단의 설립 및 운영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화체육관광부, 전경련 등 관련자 소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 전경련 이용우 사회본부장과 권모 팀장, K스포츠재단 노숭일 부장이 검찰에 출석했다. 전경련은 두 재단의 설립·모금 과정에 핵심적 역할을 한 의혹을 받는다. 전경련 실무자들은 지난 주말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본부장은 K스포츠재단 이사로 파견돼 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수습 작업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 재단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자 해산 절차를 밟고 통합재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본부장과 권 팀장을 상대로 대기업의 거액 출연금 모금과정과 경위 등을 확인하고 있다.
노숭일 부장은 전날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은 박모 과장과 함께 올 1월 K스포츠재단에 들어가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각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K스포츠재단에 들어간 뒤에도 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더블루케이 한국법인 사무실에 수시로 오가며 재단의 운영 상황을 '회장'으로 불린 최씨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노씨에게 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최씨의 역할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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