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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50대 남자의 가을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6 17:03

수정 2016.10.26 17:03

[fn논단] 50대 남자의 가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 보건복지정책 수요조사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연령대 중에서 50대의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다고 한다. 1000명에 대한 무작위 전화조사 결과,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0대가 82.6%로 가장 높았고 30대 75.5%, 40대 71.4%로 떨어졌으며 50대는 66.9%로 가장 낮아진 이후, 60∼64세는 71.6%, 65세 이상 계층은 78.1%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서 만족도가 낮았다.

여러 국제기구에서 조사한 행복도 비교에서 공히 한국인의 행복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50대 남자의 어깨에 지워진 삶의 무게를 생각해보면 만족도가 가장 낮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자녀에 대한 교육부담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직장에서는 퇴출 압박은 커지고, 평균수명 추세로 보아도 30년은 족히 더 살아야 하는데 은퇴 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소득 기반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 게다가 부모님 봉양이 끝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술과 담배로 찌든 건강도 예전 같지 못하고, 바쁜 일상사에서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집에 돌아와도 '왕따' 되기 일쑤이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50대의 모습은 인생주기상 장년기 후반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전반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서의 특징이 공존한다. 통시대적으로 50대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실질적인 정상의 위치에 서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주축인 현재의 50대는 인생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았다. 경제성장기에 사회에 진출해 경제위축기에 은퇴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젊은 세대보다는 행복해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100만명 내외의 동일 연령대 사람들과 평생을 경쟁하면서 살았던 세대이기도 하다. 대학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고 괜잖은 일자리는 현재보다 훨씬 더 적었다. 앞선 세대에서는 임금수준이 가장 높았던 연령대가 50대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40대 후반이 가장 높고 50대에 들어서면 꺾이기 시작한다. 올 하반기 들어서 경제위기 등으로 인한 대량해고의 바람 속에서 풍전등화 같은 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의 나이에 도달해 있는 것도 50대이다.

형형색색으로 낙엽지는 가을 정경을 보면서 이제 그동안의 인생을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느끼는 50대도 꽤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저서를 9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내놓은 김형석 교수님이 그의 저서에 있는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는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완전하게 성장하는 건 60~75세인데, 그때가 바로 황금기"라는 글귀는 50대에게도 희망과 힘을 준다.
김 교수님이 강조하듯이 60세 이후의 황금기를 위해서는 50대에 들어설 때, 75~80세에 어떤 인생을 살겠는가라는 비전이 있어야 하고 지식과 건강, 내적인 성장과 인간관계 등을 그려보고 준비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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