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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선진국 문턱을 넘으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7 17:39

수정 2016.10.31 10:36

[여의나루] 선진국 문턱을 넘으려면

2005년 10월 세계은행 총재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창립 60주년 특별총회 개막 기조연설에서 기관의 성공 사례로 한국을 언급했다.

1960년대 초 한국과 아프리카 가나는 똑같이 어려운 나라였지만 가나의 경제는 여전히 답보상태인 데 비해 한국은 이미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며 한국 대표단을 향해 회원국들의 기립박수를 유도했다. 당시 현장에 있으면서 가나 대표단이 얼마나 당혹했을까 걱정하며 축하를 받던 기억이 새롭다.

1960년대 초 세계의 여러 정치.경제학자들은 한국을 신생 독립국가, 농업 중심 산업구조, 원조에 의존하는 국가로서 가나와 공통점이 많다고 봤다. 자원이 풍부한 가나의 경제전망을 오히려 더 좋게 봤다. 후에 기적 같은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놓고 그 요인을 찾아내려는 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개발 초기 소득이 낮아도 비교적 훈련이 잘된 양질의 노동력, 즉 한국의 풍부한 인적 자원에서 답을 찾았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성장은 근 10년 동안 일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이 마의 3만달러 고개를 넘지 못하고 중진국 함정에 빠진 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중 있을 것이 확실시되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나타났듯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이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소비.투자 부진과 조선.해운.철강 등 중심산업의 쇠락 등으로 우리 경제는 지난해 4·4분기부터 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현대자동차 파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9%를 차지하는 두 기업의 비중과 전후방 효과가 큰 산업으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동안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마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문제로 당장 10월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경제전망치를 한국은행은 2.8%에서 2.7%로, 민간 경제연구소는 2%대 초반까지 하향 전망했고 내년은 더욱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외환위기 직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금융.기업.노동.공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과 3700억달러를 상회하는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 대외변동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등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한국 경제가 선진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잠재성장률 저하, 저출산.고령화, 일자리, 산업·기업 구조조정, 가계.정부 부채, 양극화, 노동시장 개혁, 규제개혁, 인공지능 양성 등 4차 산업혁명 대비 등 정책과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야만 한다. 이에 대한 정책방안은 이미 오래전 나와 있는데도 국회에서 묶여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하나만 보더라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고급 일자리는 의료.교육.금융.회계.디자인 등 서비스산업에 있는데 관련법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수년째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실업 문제와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인데도 말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고려하면 올해 말까지가 선진경제로 향한 정책과제를 풀어갈 골든타임이라고 볼 수 있다. 20세기 이후 일본과 아일랜드 두 나라만 선진국에 진입했다.
한국은 과연 그 세 번째 국가가 될 수 있을까.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정기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정부와 정치권은 잊어서는 안 된다.

윤대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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