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면세사업자 '시내'에서 '세계'로 넓히자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7 17:40

수정 2016.10.27 17:40

[데스크 칼럼] 면세사업자 '시내'에서 '세계'로 넓히자

스위스 면세업체인 듀프리는 2014년 미국의 DFS를 밀어내고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그해 같은 스위스의 경쟁기업으로 당시 3위였던 뉘앙스그룹을 인수하며 매출 기준 글로벌 1위 면세기업으로 도약했다. 뒤이어 업계 6위였던 월드듀티프리그룹(WDF)까지 인수하며 공룡 면세기업이 됐다. 듀프리는 지난 10년간 10여차례의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렸고, 글로벌 면세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듀프리는 대한민국 면세시장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듀프리는 현재 세계 62개국 공항, 크루즈, 항구 등에 2000여개 매장을 운영한다.
지난해 기준 매출 56억8300만유로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37억7000만유로를 기록한 미국DFS와 격차를 더 벌렸고, 3위인 롯데면세점(37억5000만유로)과도 격차가 크다. 롯데그룹의 글로벌 면세사업 전략도 이와 맞닿아 있다. 롯데는 2020 비전을 통해 2020년까지 글로벌 1위 면세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한 상태다. 그룹 총수에 대한 검찰 수사로 추진동력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해외에서의 영토 확장과 M&A를 추진한다. 당초 올해 DFS를 제치고 세계 2위권 도약을 노렸으나 지난해 재승인 심사에서 잠실롯데월드타워점이 탈락하면서 목표 달성은 어렵게 됐다.

글로벌 면세기업들이 이처럼 면세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는 것은 면세사업이 여전히 시장성이 좋기 때문이다. 면세시장 성장은 아시아권이 주도한다. 개발도상국의 높은 경제성장과 함께 시장이 연평균 30%씩 커진다. 2019년 글로벌 면세시장이 736억달러(85조5000억원)로 5년 전보다 50%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면세시장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매출 기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들, 특히 포화상태를 겪고 있는 유통기업들에 면세사업은 돌파구요 새로운 성장동력임에 틀림없다.

서울지역 3차 면세사업자 선정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상 마지막으로 여겨지는 이번에는 4곳의 면세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3개는 대기업, 1개는 중견기업 몫이다. 대기업에 배정된 3곳에는 5개 업체가 도전장을 냈다. 롯데, 신세계, 현대, HDC신라, SK 등 모두가 내로라하는 유통기업이다. 오너 간 자존심까지 걸려 이번에도 치열한 막판 경쟁을 예고했다.

그렇지만 국내 시내면세점 시장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유커 방문과 면세점 매출이 꾸준히 증가한다고는 하나 잇단 특허에 따라 시장이 포화돼 신규 면세점들은 심각한 매출부진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면세시장의 큰손인 '유커 리스크'마저 등장했다. 중국 정부가 현지 관광업체 등에 한국으로 가는 단체관광객 20%를 줄이고 쇼핑횟수도 줄이도록 규제하고 나선 것이다. 과도한 유커 의존도를 낮추고 포화된 국내 면세시장을 극복하는 것이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그 해법은 면세산업 글로벌화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시내면세사업자 선정이라고는 하나 이번 면세사업자 선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면세점 운영능력과 글로벌 경쟁력, 이른바 '확장성'이다.
잇단 '티켓' 발급으로 면세시장에 경쟁풍토가 조성된 만큼 이번 입찰에서는 면세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할 진정한 실력자를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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