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장기집권 길 연 시진핑

신중국을 건설한 마오쩌둥은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에 별도의 수식어가 필요치 않았다.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중국 인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은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추진했지만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그는 당시 마오쩌둥을 제1세대 핵심(核心.core), 자신을 2세대 핵심, 후계자인 장쩌민을 3세대 핵심으로 명명했다. 이는 자신의 지위를 마오쩌둥과 같은 수준으로 올려 당 중앙의 역량을 집중해 위기를 돌파하고 후임자 장쩌민이 자신의 개혁·개방 정책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도록 하기위한 목적이 강했다.

이때부터 핵심이란 수식어는 중국의 최고 권력자를 의미하게 됐다. 장쩌민은 후임자인 후진타오에게 국가 주석과 당총서기 자리를 물려주고 나서도 2년 가까이 당 중앙군사위주석 자리를 유지하면서 '상왕' 노릇을 했다. 이후 집단지도체제 신봉자인 후진타오는 핵심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후진타오가 전임자인 덩샤오핑이나 장쩌민과 같은 권력 장악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후진타오 집권 10년간 사용되지 않았던 이 용어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집권 2기를 앞두고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 전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6중 전회가 끝난 뒤 발표된 공보를 통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시 주석의 지위가 과거 덩샤오핑, 장쩌민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6중 전회에 앞서 여러 경로를 통해 예고됐지만 사실상 본인이 자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1인 지배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의 권력 강화를 위해 기존 집단지도체제에서 탈피해 1인 지도체제로 전환하고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 규정도 손질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이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핵심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은 만큼 집권 2기에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6중 전회에서 비록 기존 집단지도체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치평론가인 장리판은 "시 주석이 최종 거부권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말해 사실상 1인 지도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에 대해 "이전 핵심인 장쩌민의 마지막을 의미한다"며 "당내 2개의 핵심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주석의 권력 강화는 결국 장기 집권으로 이어져 과거 마오쩌둥 때와 같은 폐해을 낳을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콩 중국대학교의 윌리 램 교수는 "핵심이란 것은 영원히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핵심이 되면 임기·은퇴 연령과 상관이 없게 된다"며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의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7상8하' 규정 때문에 내년에 69세로 물러나야 하는 최측근인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구실로 2020년에 69세로 물러나야 하는 자신의 임기도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공산당과 매체들은 중국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과거 1950년대, 1960년대 마오쩌둥 시대와 같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취임 초기부터 '중궈멍(中國夢.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당 쇄신과 부패척결 등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대로 중궈멍 실현을 위한 샤오캉(小康.중산층) 사회 건설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장기 집권을 획책하기 위해서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그의 행보에 따라 마오쩌둥의 전철을 밟을지, 샤오캉 사회 건설자로 역사에 기록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