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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응급의료 컨트롤타워가 없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0.28 17:51

수정 2016.10.28 17:51

[여의도에서] 응급의료 컨트롤타워가 없다

두살 배기 김모군의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우리나라 구급의료시스템이 도마위에 올랐다. 김 군은 최근 외할머니 김모씨(73)와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후진하던 대형 견인차에 치여 골반뼈와 발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김 군을 실은 구급차가 사고 후 15분 만에 전북대병원에 도착했지만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의뢰했다. 두번째 의뢰를 받은 전남대병원도 마찬가지였다. 골반 골절 등 환자 상태에 대해 전달받았지만 중증 외상환자로 판단하지 않고 입원을 거부했다. 김 군은 7시간이 흐른 후에야 구급 헬기를 타고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문제는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병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이다. 정부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정한 것이 바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도로교통 안전에 대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교통사고로 숨진 한국인은 5931명이다. 이는 인구 10만명 당 12명이다.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칠레(12.4명), 멕시코(12.3명)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다.

정부는 현재까지 선정된 15개 권역외상센터에 시설 건립 지원 등을 위해 지난 3년간 2000억원이 넘는 국비를 투입했다. 한 센터당 시설 및 장비비 80억원을 지원하고 15년간 매년 7억~27억원의 운영비가 지원되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만 지원되고 센터가 지정되기 전과 똑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일이 발생한 후 의료계에서는 '1339' 폐지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4년 전 119로 통합된 1339는 당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인근 의료기관 응급실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 최적의 의료기관으로 전원해주는 역할을 했다. 적어도 소아환자처럼 전원할 병원을 찾느라 3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권역 센터 간 네트워크도 부재해 환자를 전원하기 위해 일일이 병원 상황을 물어봤다는 것도 문제다. 두번째, 전담 의료진이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1339에서 환자를 전원한다고 해도 치료할 의료진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복지부 지원금이 인건비를 충당하기에 빠듯한 수준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응급센터에 배치된 의사들이 응급환자가 없을 시에는 본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본원과 별도의 전담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 세번째, 정부는 이들 병원에 대해 지역 내 의료이용불편 가능성을 감안해 6개월 동안 개선노력을 거쳐 재지정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대안이 없다면 재지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다른 병원이 있다면 경쟁을 통해 지정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 복지부에서 지정하는 센터들은 주로 국립대병원 위주이므로 '당연히' 우리가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번 사건도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와 마찬가지로 응급상황발생 때의 의료컨트롤타워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생활경제부 차장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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