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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아세안시장의 중요성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1 17:31

수정 2016.11.02 06:48

[여의나루] 아세안시장의 중요성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부진이 장기간 지속되고 제1의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마저도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에 대한 타개책의 하나로 아세안시장 진출 확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시장은 2014년 기준 총인구 6억2200만명, 국내총생산(명목) 2조5730억달러, 경제성장률 4.7%를 기록했고,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 맥킨지 분석에 의하면 아세안 지역의 중산층 가구 수는 경제성장과 소득증가에 따라 2025년에는 2010년에 비해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국제무역과 투자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한·아세안 경제협력이 확대됨에 따라 아세안에 대한 수출과 투자를 꾸준히 증가시키고 있으며 지난해 아세안은 우리나라 제2의 수출 대상지역 및 해외직접투자 대상지역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비중이 큰 시장이다. 그러나 최근 아세안 시장에서 한·중·일 간 수출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격화되는 아세안시장에서의 한·중 수출경쟁'(2016년 9월) 자료에 의하면 2010∼2014년 아세안 수입시장(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4개국 대상)에서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15.4%에서 11.4%로 하락한 반면 한국은 6.4%에서 7.6%로, 중국은 15.1%에서 19.8%로 각각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품목별로는 아세안 지역에서 일본은 자동차, 전자부품, 기계, 철강의 시장점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중국은 석유제품만 제외하고 대부분 주력 품목의 점유율이 상승했으며 특히 철강, 통신기기, 섬유, 기계 등의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통신기기 시장점유율은 하락했으나 나머지 주력 수출상품은 대부분 점유율이 소폭 상승했고 이 중에서 전자부품, 금속, 석유제품, 자동차 등의 상승폭이 비교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아세안 시장점유율이 비록 하락했으나 여전히 중국 다음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여주고 있고 중국과 한국은 다 같이 시장점유율이 상승했으나 중국의 상승폭이 한국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체로 아세안 시장에서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최근 상대적으로 약해진 반면 중국의 수출경쟁력은 빠르게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두 국가 간 수출상품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수출경합도지수를 통해 아세안 시장에서 한·중·일 수출경쟁을 살펴볼 경우 2010∼2014년 한·중 수출경합도지수는 상승한 반면 한·일 수출경합도지수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아세안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출상품 유사성이 하락, 한·일 수출경쟁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반면 한·중 간에는 반대로 유사성이 상승해 수출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한·중·일 수출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세안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여 나가려면 우선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우리 수출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중국, 일본 등 주요 경쟁국과의 수출상품 차별화를 더욱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장기적으로 아세안 지역 중산층 가구 수 증가와 소비증대에 대비해 이 지역에 소비재 수출을 늘려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류 마케팅, 온라인 판매 및 현지 유통망 등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뷰티제품, 패션의류 등 차별성이 높은 고급 소비재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아세안에 대한 시장조사 기능을 강화해 이 지역 수요 변화에 맞는 상품 개발.수출이 신속히 이뤄지고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연구개발, 디자인, 핵심 중간재 생산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우리나라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아세안과의 투자 및 분업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상봉 한림대학교 객원교수·전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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