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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암초에 둘러싸인 대한민국號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2 17:12

수정 2016.11.02 17:12

[fn논단] 암초에 둘러싸인 대한민국號

세상이 너무 위험하게 변하고 있다. 경주 지진 피해만 해도 그렇다. 이게 어디 보통 심각한 일인가.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5.8로 첨성대와 불국사를 비롯한 다수의 지정문화재가 피해를 입었다. 그뿐만 아니라 땅이 갈라지고 쇼윈도의 대형 유리창이 박살나고 편의점의 물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더 심각한 것은 경주 주변에 세계적으로 최대 규모의 원전이 밀집해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 지하에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활성단층이 통과하고 있으며 따라서 언제든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와 같은 대형참사라 하니 끔찍하지 않은가.

그런 위험이 비단 자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세상도 그와 같아서 우리들 주변에는 참으로 위험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비근한 예가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1인 평균 대출금이 올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시중금리가 1%포인트 상승해도 '한계인구'는 9만명가량 늘어난다고 하는데 실제로 미국이 지금이라도 금리를 인상해 버린다면 이 추운 겨울에 길바닥에 나앉을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참 끔찍하지 않은가.

학령인구 감소도 심각한 현상이다. 현재 대입 정원은 57만602명이고 수능 지원자 수는 내년엔 52만9973명, 2020년엔 무려 48만3679명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지방대를 중심으로 많은 대학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수도권 대학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학자금 상환대상자를 조사한 결과 미상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통계가 심각한 것은 많은 관계자들이 진단하듯이 학생들이 대학 자체를 기피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빚내서 대학을 마쳤는데 졸업해도 빚을 갚지 못한다면 차라리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사회로 진입해야겠다는 생각은 누가 봐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나라 교육의 붕괴를 말하는 것으로 그 어느 참상보다도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끔찍하지 않은가.

이러한 총체적 난국이 산적해 있는데도 지금 우리 사회에는 무슨 일이 펼쳐지고 있는가. 모두가 합심해서 사태를 해결한다 해도 어려운 판에 최순실 게이트가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렇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렇게 흥분할 일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옆에 최순실이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습니까"라는 김무성 의원의 말이나 검찰 조사 때 검사들이 집요하게 최순실의 존재를 물었다고 술회한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의 말을 종합해 보면 최순실이라는 권력을 둘러싼 이익 커넥션 고리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나 다름없는 것이다.
당연히 책임자 처벌이 따라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또다시 이런 대형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법을 조속히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회의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 이거야말로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니겠는가.

김진기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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