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정확한 회계, 국가재정을 바꾼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09 17:19

수정 2016.11.09 17:19

[특별기고] 정확한 회계, 국가재정을 바꾼다

정확한 회계는 개인뿐 아니라 조직.국가의 재정관리에도 더없이 중요한 정보가 된다. 역사 속에서도 회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나라는 결코 그 끝이 좋지 못했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던 16세기 스페인 왕국은 전 세계에 식민지가 있었으나, 이를 유지하는 비용이 수입보다 훨씬 큰 상태로 막대한 부채가 쌓여갔고, 이런 재정위기에 대한 인식과 관리가 미흡했던 탓에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상업으로 유명한 메디치 가문은 복식부기에 기반한 정교한 회계로 은행업을 통해 거대한 부를 쌓았다.

우리나라는 2011회계연도부터 발생주의 회계를 도입, 현금주의가 아닌 발생주의 기준에 입각한 국가결산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5번째였다.
발생주의 회계기준을 사용한 보고서가 공개되자마자 현금주의 기준에서는 포함하지 않았던 부채가 포함되면서 부채규모가 커졌고, 부채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지난 5년간 발생주의 국가회계는 재정운용에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국가가 고용 주체인 공무원연금.군인연금에 대해 앞으로 소요될 재정부담을 의미하는 연금충당부채 규모를 계상해 내어 공무원연금 개혁을 촉발했다. 개별법으로 관리하던 국유재산.물품.채권뿐 아니라 건설 중인 자산까지 인식하게 되어 종합적 국가자산 관리도 가능해졌다. 국가 간 비교도 가능하게 된 점도 긍정적인 성과로 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 지출뿐 아니라 미래 지출을 고려한 중장기 재정지출 계획을 수립하고, 재정건전성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올해 정부는 총 지출 기준 400조원 규모의 2017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 중 보건.복지.노동 분야 지출은 올해보다 5.3% 늘어난 130조원으로 총지출의 약 3분의 1로, 이 분야를 중심으로 재정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된 자원 내 지속 가능한 재정운용을 이뤄내기 위해 '재정건전화법' 제정 추진, 재량지출 구조조정 등 재정건전성의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아울러 재정사업의 성과계획서를 수립해 성과목표 수립 및 달성도 등을 관리하고, 예산편성 과정에서 성과정보를 환류시켜 재정운용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더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민간과 비교가 안 되는 낮은 수준의 현금수지에 대한 예결산정보만 제공했으나, 발생주의 국가회계를 도입한 후 5년간의 축적된 경험으로 이제는 신뢰성을 확보한 국가재무제표 등 회계정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제는 이 귀중한 정보들을 효율적인 재정관리와 재정의사결정에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예를 들어 재무정보를 활용해 선진화된 기법을 통한 사업평가 등 성과관리가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 여부 등 예산편성에 중요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면 발생주의 국가회계를 도입한 이후 또 한 번의 국가재정개혁의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조용만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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