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구조조정 실업고통 최소화하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0 17:16

수정 2016.11.10 17:16

[여의나루] 구조조정 실업고통 최소화하자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대량실업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정부는 조선과 해운산업부터 시작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개 업종을 대상으로 공급과잉을 개선할 방침이다. 또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대기업만 해도 2014년 14.8%에 달한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산업과 기업의 판도가 요동쳐서 앞으로 상시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을 재충전하기 위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문제는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조정과 이에 따른 대량실업의 발생이다.
우리는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발생이라는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악몽과도 같아서 구조조정이 추진되면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가위에 눌린 듯 놀라게 된다. 그리하여 저항하게 되고 노사갈등이 심화된다.

정부는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2015년 말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올해 6월 조선업계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사업주는 고용유지지원금 등 각종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실업자는 90~240일간 주어지는 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120~270일로 확대되고, 지급 수준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높아진다.

그러나 이 제도만으로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발생과 이로 인한 근로자의 고통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구조조정의 철학과 전략을 합리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모든 수단을 강구해 해고 없는 구조조정 방안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그리하여 일시에 대량실업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먼저 노사합의를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시행해야 한다.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근로시간과 인력의 운용을 탄력적으로 하며, 근로시간의 단축만큼 임금감소를 근로자가 수용해야 한다.

폭스바겐은 1990년대 초 불황으로 인한 자동차 수요 감소와 자동화에 따른 잉여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업원 규모를 1992년의 12만명 수준에서 1995년 7만명 수준으로 대폭 감원할 계획을 발표했다. 당연히 근로자의 반대가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폭스바겐 노사는 1993년 11월 '고용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협약'을 체결해 해고 없는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이 협약에서 노사는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20%(주 36시간에서 28.8 시간으로) 단축하고 인건비를 20% 삭감하며, 근로시간 계좌제를 도입해 초과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수당 대신 휴가로 대체하는 등의 합의를 했다.

물론 인력감축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도 해고되는 근로자가 실업자로 전락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독일의 고용전환회사는 해고자들이 바로 실직자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이들을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임시 회사 역할을 하며, 해고 근로자에게 직업교육, 재정지원, 취업알선 등을 제공한다.

지금 한국 경제의 회생을 위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또 앞으로도 장기간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반드시 대량해고를 동반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구조조정은 하되 대량해고와 대량실업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경제도 살리고 근로자도 살리는 길이 아니겠는가.

이원덕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