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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4차 산업혁명, 소재부품 재도약 기회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3 17:46

수정 2016.11.13 17:46

[차관칼럼] 4차 산업혁명, 소재부품 재도약 기회

"한국 경제는 가마우지 경제다." 과거 일본의 한 경제평론가가 우리 경제를 가마우지 낚시에 빗댄 말이었다. 가마우지 낚시는 물새의 한 종류인 가마우지의 목을 올가미로 묶어서, 삼키지 못하고 물어온 물고기를 어부가 가로챘던 방식이다. 한국이 조립가공으로 수출을 늘려도 소재부품 대일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실익은 결국 일본이 가져간다는 비유였다. 우리에게는 뼈아픈 지적이었고 2001년 소재부품특별법 제정과 함께 국산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하나의 계기가 됐다. 이후 우리는 세 차례의 소재부품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기술 확보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난 15년간의 노력은 점차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 243억달러까지 높아졌던 소재부품 대일 무역적자는 2015년 142억달러로 40% 이상 감소했다. 소재부품 전체 수출은 2001년 620억달러에서 2015년 2646억달러로 4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 순위는 2001년 10위에서 2014년 5위로 뛰어올랐고, 일본과의 점유율 격차는 이제 1.1%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가마우지의 목을 죄는 끈은 느슨해졌고, 글로벌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체질로 변모했다. 계속되는 환경변화에도 기업, 대학, 연구기관과 정부가 포기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처해 온 결과다.

최근 한국 경제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새롭게 등장했다. 핵심 키워드는 초연결성과 지능화다. 전문가들은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 제어, 활용되는 시대를 예상한다. 제조업 또한 제품과 제조방식이 빠르게 변화될 것이라고 본다.

제품의 경우 자율주행차,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스마트 제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는 2035년 1180만대의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된 경량소재, 고효율 소형 배터리 소재, 센서, 시스템 반도체 등 첨단 소재부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선진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국가전략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방식은 보다 스마트화될 것이다.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빅데이터를 통해 공정의 최적화가 이루어지며 맞춤형 소량생산이 가능해진다.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면서도 저비용으로 빠르게 생산한다. 단적인 예가 값싼 노동력으로 신발을 생산했던 아디다스가 독일에 설립한 스피드 팩토리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지만 속도는 동남아 공장에 비해 훨씬 빠르다. 향후 제조업의 경쟁은 공정의 스마트화 경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경쟁의 최종 승자는 소재부품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공정기술을 축적한 기업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세계지도는 이제 그려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속도다.
정부는 경량소재, 자율주행차 등 국가전략프로젝트를 통해 첨단 소재부품기술을 조기 확보하고 스마트 공장도 빠르게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소재부품기업도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고 제조공정의 스마트화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하고, 비효율 부문은 과감한 사업재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재의 화두가 10년, 20년 후 성공의 키워드가 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힘을 모을 때다.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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