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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메가은행의 기업윤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5 17:23

수정 2016.11.15 17:23

[한미재무학회칼럼] 메가은행의 기업윤리

해외의 두 메가은행이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다. 웰스파고은행과 도이체방크가 미 규제당국으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물게 된 사건은 최근 국내외에 널리 보도됐다. 웰스파고는 1조859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 4대 은행으로, 금융위기 이후의 고속성장 뒤에 감춰진 200만개 이상의 유령계좌 비리가 밝혀져 1억8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도이체방크는 자산규모가 2조200억달러인 독일 최대 은행으로, 금융위기 전의 부실 주택저당증권(MBS) 판매와 관련해 140억달러의 벌금 폭탄이 가해졌다(최근 54억달러로 재조정됨). 이 사태로 두 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퇴진하고 신뢰 회복에 나섰으나 은행의 비즈니스모델, 경영의 투명성 및 기업윤리에 대한 문제점이 새로이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금리, 과열된 대출경쟁에 직면한 두 은행은 예금과 대출 금리 차에 의존하는 전통적 수익모델에서 벗어난 경영전략을 추구해왔다. 웰스파고은행은 개인 고객에게 초점을 두고 펀드.보험.신용카드 등의 금융상품을 함께 파는 교차판매를 통한 비이자수익을 높이는 전략을 채택해 왔다.
원스톱 쇼핑 개념의 교차판매는 종합적 개인재무설계 서비스의 부산물이나, 실적경쟁의 부작용으로 유령계좌 개설이라는 불법영업을 낳았다. 도이체방크는 파생상품 위주의 고위험.고수익 상품 판매와 투자은행(IB) 영업에 주력해왔으나 최근 주고객인 헤지펀드의 저수익률로 인한 자금이탈과 경기침체에 따른 자본조달거래 감소로 영업수익에 큰 타격을 받아왔다.

웰스파고은행의 경우 9월 중 신용카드와 은행계좌 신청이 작년 대비 각각 20%와 25% 감소하고 모기지 의뢰 건수는 8윌 대비 25% 줄어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고경영진이 조작된 재무제표를 승인함으로써 사베인스-옥슬리법 위반과 소비자의 개인신상정보 유출 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그 파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도이체방크는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25배로 미국 최대 JP모간은행의 9배를 훨씬 웃돈다. 무엇보다 많은 자산이 복잡한 파생상품에 연계돼 있어 그 위험 측정이 어렵다. 파생상품의 명목상 가치는 10월 시점 약 58조19억달러로 독일 경제의 15배, JP모간은행보다 5조달러가 많다. 올해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도이체방크를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두 은행이 당장 파산에 이르진 않더라도 수익성 악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금융업계의 긍정요인은 미국의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금융규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점이다. 하지만 지나친 금융규제 완화는 오히려 은행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고수익을 좇아 고위험상품 투자가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두 글로벌 은행의 벌금 사태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성향, 기업윤리에 반하는 영업전략, 리스크 측정의 어려움 등 비즈니스모델의 문제점들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국내 은행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수년간 한국에선 저축은행들의 부실영업과 주요 은행들의 조선.선박업계에 대한 대규모 부실대출 등 비리와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은행업계와 규제당국은 소비자권익 보호의 관점에서 은행의 비즈니스모델과 기업윤리를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은행은 그냥 '돈'이 아닌 '고객들의 돈'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책임금융(Responsible Finance) 문화의 확고한 정착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배성철 美 볼링그린주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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