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장바구니에 안전을 담자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5 17:23

수정 2016.11.15 17:23

[특별기고] 장바구니에 안전을 담자

가을 정취가 물신 풍기는 지난 주말 오후,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다 이웃에 사는 아기엄마를 만났다. 아기엄마는 육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육아 관련 정보는 주위에 넘쳐나는데 정작 어떤 정보를 믿고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기에게 먹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선택의 고민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특히 불량식품 뉴스를 접할 땐 지금 제대로 먹이고 있는 것인지,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건 뭔지 너무 걱정이 된다고 했다.

걱정이 많은 아기엄마에게 위생.안전 인증마크인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가정주부라면 누구나 안전한 먹거리를 식탁에 올리고 싶어하지만, 막상 시장에 가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값싼 제품을 우선 장바구니에 담기 십상이다. 그러나 가족의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 만큼은 위생.안전이 최우선적인 선택 기준이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성 향상을 위해 우리나라에 HACCP 제도가 도입된 지 20여년이 됐다. HACCP은 먹거리 재료와 생산, 운반, 판매의 전 단계에 걸쳐 위해요소를 관리해 사전에 위험을 차단한 제품에 붙는 인증마크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대부분의 선진국도 이미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과학적이고 믿을 수 있는 식품안전 인증시스템이다.

내가 HACCP을 아기엄마에게 추천한 또 다른 이유는 HACCP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지난 봄 HACCP 인증을 받은 육가공업체의 위생안전 시스템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별반 다른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공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공장 출입구에서부터 차량과 사람에 대한 방역을 구분 실시하고, 방명록을 작성해야 했다. 또한 작업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생복을 입는 것은 물론 손소독, 에어샤워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했다.

이렇게 까다로운 위생관리절차는 제품생산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공장에서 출하되는 모든 제품은 공정별로 위해요소를 사전관리하고 있었다. 마지막 단계에선 금속탐지기를 이상 없이 통과한 제품만 포장돼 시장으로 출하됐다.

아무것도 믿지 않는 것은 쉽다. 그런 대신 모든 걸 불신하면 아무것도 할 게 없다. 직접 농장이나 텃밭에서 키우고 재배해서 먹지 않는 이상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가장 믿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소비자가 먹거리에 있어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HACCP인 것이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에서도 정부, 농협과 함께 매년 우수 축산물 브랜드를 선정하고 있는데, 심사의 제일 조건은 물론 HACCP이다. 축산물의 위생.안전 수준이 곧 축산물의 품질이자 브랜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사 이래 지금처럼 먹거리가 넘쳐나고 풍성할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반면에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택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안전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어머니들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고민하지 않고 안전을 담겠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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