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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안효심 실버카페 ‘지 브라운’ 매니저 “바리스타로 활기찬 인생 2막”

한갑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7 15:56

수정 2016.11.17 15:56

[FN 이사람 ]안효심 실버카페 ‘지 브라운’ 매니저 “바리스타로 활기찬 인생 2막”

【인천=한갑수 기자】“일하는게 정말 즐거워요. 나이 먹어서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어요”
인천 남구 청운대학교 내 실버카페 ‘지 브라운(G. Braun)’에서 바리스타 겸 매니저로 일하는 안효심씨(67·사진)는 활기찬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다.

실버카페는 인천시가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원하는 전국 최초의 커피 프랜차이즈로, 현재 지역 17개소가 운영 중이고 181명의 어르신이 근무하고 있다.

안씨는 3년 전인 2013년 8월 우연히 친구를 따라 인천노인인력개발센터에 갔다가 노인들이 주축이 돼 일하는 실버카페에서 일하게 됐다.

평소 믹스커피를 즐겨먹어 원두커피가 생소했던 안씨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바리스타가 뭔지도 몰랐다.

1주일간 교육받고 처음 카페에 나왔을 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열심히 하니까 어느새 바리스타가 돼 있었단다. 설거지부터 시작해 커피 내리고(추출), 원두 볶는 것(로스팅)을 능숙하게 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안씨는 메뉴 개발에도 소질을 보여 유자와 우유, 얼음을 섞어 상큼한 맛을 내는 ‘유자스므디’를 개발했다. 유자스므디는 매장 내에서 커피와 함께 인기 메뉴로 자리잡았다.

실버카페는 대학 내에 위치해 손님 대부분이 젊은 대학생들이지만 맛있고 가격이 저렴해 지역주민들도 많이 찾는 카페이다. 하루 평균 700∼800명의 손님이 꾸준히 방문한다.

안씨는 “대부분 맛있다고 해요. 나이든 손님들은 매장에 왔다가 부러운 눈초리로 어떻게 하면 일을 할 수 있는지 묻기도 해요”라며 이럴 때 제일 보람을 느낀단다.

사실 안씨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초등학교 졸업 후 안경기술을 배워 남편과 함께 안경사로 30년을 일했다. 베트남 참전용사인 남편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쓰러지자 안경점을 접고 남편을 지극정성 돌봤다.

남편이 사망하고 10년간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2010년 환갑이 지난 나이에 만학도의 길을 걸었다. 남인천여중과 인천여고를 5년만에 졸업했다.

안씨는 실버카페에서 일하면서 커피기술을 배워 3년만인 올해 초 매니저로 승진했다. 매니저는 물건입출고와 결산, 16명의 직원관리 등의 일을 한다. 다른 매니저 한명과 하루씩 번갈아 가며 출근해 당일 사용해야 할 원두 등의 물건을 챙기고 부족분을 주문하는 등 직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안씨는 “동료들과 이야기 하고 웃으면서 지내는게 즐겁다. 단체 주문이 들어올 때면 다리가 아프기도 하지만 항상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한다.
체력이 받쳐줄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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