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트럼프 리스크' 美보다 우리 정책이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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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해 수정하고 주한미군 주둔비용 한국 분담률을 높이겠다고 하니 반갑지 않은 이야기다. 우리도 함께 시장을 닫고 보호무역주의로 맞서야 할지, 주한미군 계속 주둔을 구걸하며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할지 걱정들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미 관계는 트럼프의 주장처럼 미국이 바보처럼 계속 한국에 퍼주기를 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군사적으로 호혜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적어도 대통령 트럼프의 정책은 후보 시절의 발언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보호무역주의는 미국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특히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된 중하층의 생활을 개선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보호무역이 국가경제에 이로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수입제한으로 자국 산업이 얻는 이익에 비해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피해가 더 크다. 나아가 수입 장벽으로 보호 받는 산업은 더욱 허약해질 수 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미국의 막대한 대중국 무역적자에 대해 중국이 미국을 강간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고 막말로 비난했지만, 미국이 중국 상품 수입을 제한하는 경우 가장 고통 받는 것은 미국의 중하층 소비자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임금은 중국의 5배가 넘는데 만일 중국 상품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면 그만큼 가격이 올라, 소비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중국 대신 다른 저임국가로부터 수입한다면 미국 산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얼마 전 경찰청과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헬기 도입 입찰을 하면서 국내 업체로 자격을 제한, 결국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자칫 국가경제에 이익이 될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의 타깃이 될 우려가 크고, 양보할 수 없는 국민 안전 문제를 특정 산업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 군의 국산 헬기 운용에 차질이 생긴 것은 외국산 부품 때문이라고 밝혀진 것을 보면, 자칫 입찰업체 제한은 '내용물은 외산인데 껍데기만 국산화하는' 속임수를 부추길 수도 있다.

한편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률을 높이라며 미군 철수를 내비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국토방위를 위해 정말로 필요하다면 자주 독립국가로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우리가 비용을 제대로 부담한다면 미국에만 의존하기보다 국제적 경쟁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무기체계로 개편해 대응함으로써,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우리 방위 목표에 맞게 국방력을 운용하면서 부담을 줄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도 보다 자주적으로 국익의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을 혈맹이라 하지만 100여년 전 구한말 역사를 보더라도 일본과 적대적으로 될 때 미국에만 기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나 방위비 분담 요구라기보다 이에 편승해 이익을 보려는 집단과 그에 의해 영향을 받은 졸속 대응이다.

yis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