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20000 시대 앞둔 美 증시를 보며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17 17:10

수정 2016.11.17 17:10

[데스크 칼럼] 20000 시대 앞둔 美 증시를 보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미국 다우지수는 전인미답의 2만을 향해 달리고 있다. 사상 첫 2만 시대를 여는 데 불과 5%(1000포인트)가량 남겨놓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1조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법인세 감면 등을 강조하자 '트럼프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글로벌 머니가 미국으로 몰리면서 달러도 연일 강세다. 트럼프가 취임 후 과연 어떤 정책으로 공약인 '위대한 미국'을 재건할지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어쨌든 뉴욕증시는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로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반면 우리는 리더십 위기로 답답한 상황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는 경제(증시)의 발목을 꽉 잡고 있다. 지금 기업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 내년 경영계획 수립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보호무역 강화라는 트럼프 변수, 대내적으로 정치불안이 기업경영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한국 증시가 박스피(1800~2100)에 갇힌 것이 벌써 10년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투자자들을 설레게 하는 증시목표를 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코스피지수 5000, 박근혜 대통령은 3000.

지금 같아선 내년도 기대하기 힘들다. 과거 그 어떤 경제위기 때보다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지난 3.4분기 상장사들의 실적은 부진했다.

증시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기업의 미래가 불안하니 투자보다는 투기성이 농후한 정치 테마주로 쏠리고 있다. 지수는 2000 언저리이지만 개미(개인투자자)들 계좌는 반토막이다. 삼성전자 등 몇몇 대형주로 인한 착시 지수다.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도 단타를 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신뢰를 잃은 국내 증시에서 보따리를 싸고 있다. 채권이나 해외투자펀드로는 자금이 유입되지만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 증시 계좌 2300만개 가운데 30% 가까운 700만개는 투자를 하지 않는 휴면계좌다. 빈털터리가 되거나 수익이 나지 않으니 아예 주식투자를 포기한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10월까지 10조원 이상의 해외 주식을 거래했다. 해마다 증가세다. 이달 중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이 열리면 해외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외국인들도 지난 2월 이후 순매수 기조에서 벗어나 이달 들어 보름 만에 2조원 가까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한국 증시의 위기 시그널이다. 그런데 마치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위기를 모르는 듯하다. 금융당국이나 증권사들은 국내 시장에는 먹을 게 없으니 해외로 나가서 돈 벌라고 등 떠민다.
공교육이 무너진 학교에서 학원 다니라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증시가 무너지면 개인도, 한국 경제도 무너진다.
증시 안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증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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