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임팩트 투자' 새로운 실험] ‘가격 다양화’부터 ‘기술자 연계’까지.. 해외는 적정기술 투자 각광

김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3 17:53

수정 2016.11.23 22:01

美 사회적기업 프로젝트 임팩트, 빈곤층 - 부유층 다층가격 전략
코페르닉, 개도국-개발자 연결.. 글로벌 적정기술 플랫폼 개발
['임팩트 투자' 새로운 실험] ‘가격 다양화’부터 ‘기술자 연계’까지.. 해외는 적정기술 투자 각광


이미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주요국에서는 적정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저개발국과 저소득층의 건강.안전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는 데다 적정기술로 개발한 제품을 다시 선진국으로 판매하거나 신제품의 모티브로 활용해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기술을 통해 기업과 사회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먹거리' 적정기술

'자비로운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미국의 사회적기업 '프로젝트 임팩트'는 빈곤층을 포함한 모든 경제적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수익의 대부분을 투입한다. 값비싼 제품을 적정가격에 생산하는 개발도상국 최초의 비영리 제조시설 아우로랩에서 발전한 기업이다.

프로젝트 임팩트는 빈곤층에 제품과 서비스를 무료 혹은 저가로 제공하는 한편, 부유층을 대상으로는 적정이윤이 포함된 가격을 받는 다층가격 전략으로 상당한 이윤을 올렸다.
미국에서 100달러에 팔던 백내장 치료용 렌즈의 가격을 4달러까지 줄였고, 평균 1500달러인 보청기의 가격을 45달러로 낮췄다. 이러한 이익은 대부분 생산과 서비스 확대에 재투자했다.

지난 1996년 영국에서 설립된 베이윈드는 5개의 풍력발전터빈을 가진 재생에너지 협동조합기업이다. 1300명이 넘는 주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그 지역 주민으로 베이윈드의 주식이 거래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베이윈드는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판매함으로써 일반 기업과 같이 수익을 내 주주들에게 배당을 준다. 수익성을 갖춘 대안적 재생에너지 생산모델을 구축할 뿐 아니라 연간 약 4200t의 이산화탄소를 절약하며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일조하고 있다. 특히 회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보다 다양한 풍력발전모델 개발에 투자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컴퓨터 회사인 칭화퉁팡은 계층의 눈높이에 맞춰 제품의 기능을 조정한 사례다. 칭화퉁팡은 다른 나라들이 기술발전으로 농업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과 달리 9억명에 달하는 중국 농민은 기술발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에 주목했다.

도시와 농촌 간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한 칭화퉁팡은 값비싼 첨단기술 제품을 농민의 수요와 경제력에 맞추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동시에 농촌의 혹독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 단순하면서도 저렴한 컴퓨터를 만들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리눅스 운영체계를 이용해 어떤 환경에서도 구동이 잘 되도록 기능적 측면에 주목하는 동시에 쥐가 갉아먹을 것에 대비해 견고한 소재에 배선을 감싸는 등 농촌의 생활환경도 고려했다. 이와 함께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 농민을 위해 농업, 원격교육, 직업기술훈련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탑재했다.

■글로벌 적정기술 플랫폼 주목

적정기술 확산을 위해 플랫폼 방식의 아이디어와 협력 교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코페르닉은 적정기술 개발자와 기술이 필요한 개도국, 자금제공자를 연결해주는 적정기술 마이크로 펀딩 방식의 온라인 플랫폼이다.

개도국의 커뮤니티 등이 수요를 갖는 적정기술을 제시하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개발자 또는 기업이 코페르닉에 제안서를 보낸다. 그러면 코페르닉은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해 개도국의 도입 여부를 타진한다. 개도국의 비정부기구(NGO) 등에서 최종 도입을 확정하면 공개적으로 모금이 시작되고, 이 자금으로 해당 제품을 개발 혹은 구입해 개도국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허니비 네트워크는 '창조'를 의미하는 인도의 비영리단체 SPRISTI에서 운영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다.

인도 각지의 농업기술을 공유하며 농민들이 보다 나은 기술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한다. 이 서비스를 고안한 인도 IIMA대학의 아닐 굽타 교수는 한 농부가 매우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한 기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자신의 기술을 표현하는 데 제약이 있는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SPRISTI의 전문가들이 현지에 파견돼 기술을 연구.논의해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


이노센티브는 2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등록돼 있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의 대표적인 서비스업체다. 현재는 각 기업들이 자사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올리면 전 세계 수십만 연구자들이 함께 고민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참여자들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최대금액은 10만달러에 이르며, 약 40%의 과제가 이곳에서 솔루션을 찾아낸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박지영 장민권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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