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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겨울, 동심과 낭만의 계절이 되려면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7 17:20

수정 2016.11.27 17:20

[차관칼럼] 겨울, 동심과 낭만의 계절이 되려면

첫눈 오는 눈밭에서 연인과 눈 그림자를 만드는 영화 '러브스토리'와 눈이 가득한 들판에서 '오겡끼데스까(잘 지내십니까)'라고 외치던 영화 '러브레터'의 장면과 음악은 우리를 첫눈에 대한 아련한 추억에 빠지게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사에 무덤덤해지기는 하지만 '첫눈 오는 날'은 설렘과 낭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날'이다.

하지만 현실로 되돌아오면 '첫눈 오는 날'은 사고가 많은 날이기도 하다. 첫눈으로 갑자기 미끄러워진 도로는 운전자들에게 익숙지 않아 교통사고와 교통대란을 유발한다.

이와 같이 겨울철 눈은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어 누군가에게는 낭만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재난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지난해 대관령에는 11월 2일, 서울.원주.동두천에는 11월 21일 첫눈이 내린 이후 올해 3월 15일까지 총 205회의 대설특보가 발령되는 등 많은 눈이 내렸다.
이로 인해 7개 시.도, 38개 시.군.구에 약 25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 1월 23~25일에는 제주지역에 많은 눈과 함께 강풍이 이어져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제주공항에 발이 묶인 8만6000여명의 관광객이 큰 혼란과 불편을 겪기도 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1월 19일~2월 3일 울릉도는 전 지역에 2m 전후의 많은 눈이 내려 주민생활 불편이 장기화되었고, 풍랑과 강풍으로 바닷길까지 막혀 생필품이 부족하게 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북과 전남지역도 비닐하우스와 축사 붕괴, 일부 인삼재배시설이 피해를 보는 등 겨울철 기간 눈으로 인해 다양한 피해가 발생했다.

매년 겨울철 국민안전처는 정부 합동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겨울철 대책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겨울철에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해 대설, 강풍, 풍랑, 한파로부터 국민 불편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취약시설 안전점검이나 사전 제설계획 수립, 긴급물자 구비 등 올겨울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나 자치단체 등 공공부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민 개개인이 겨울철 폭설과 한파에 대비하려는 습관과 대처, 사전점검과 관심 등 국민의 자율적인 참여가 더해져야 한다.

눈이 오는 날은 가급적 자가용 이용은 자제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내 집 앞 눈은 스스로 치워서 내 가족과 이웃들의 안전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닐하우스나 축사는 사전에 받침대 등을 보강해 눈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등 국민들과 함께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작년 11월 연면적 500㎡ 이상 되는 공장 등의 건축물 지붕은 건축물 관리자가 제설토록 의무화되었다. 제설 책임을 떠나서 나와 내 이웃의 안전을 위해서 건물자나 관리자는 사전에 지붕제설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제설자재를 사전에 구비하는 등 안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겨울철은 눈이 내리고 녹기를 반복하는 설왕설래(雪往雪來)의 계절이다. 이번 겨울은 말로만 준비하자고 설왕설래(說往說來)하지 말고 국민과 정부가 함께 작은 피해라도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꽃피는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설렘이 가득한 겨울눈꽃 휘날리는 동심과 낭만의 계절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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