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압수수색이 전가의 보도인가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7 17:21

수정 2016.11.27 17:21

[데스크칼럼] 압수수색이 전가의 보도인가

검찰의 무차별적인 기업수사로 재계가 패닉에 빠졌다. 지난 24일 면세점 선정과 관련, SK그룹과 롯데그룹에 검찰이 들이닥쳤고, 전날에는 삼성그룹을 털었다. 이틀 새 5대 그룹 중 세 곳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롯데는 올 들어서만 열두 번, 삼성은 최근 보름 사이 세 번이나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마치 압수수색이 '전가의 보도'와 같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기업들은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
당장 내년 사업계획과 연말 인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외 이미지는 어떤가. 국내 굴지의 기업에 검찰이 들이닥쳐 뒤지고 다니는 장면이 해외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대외 이미지는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지난 24일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업면 톱 제목이 '검찰이 삼성을 덮쳤다(Prosecutors Raid Samsung)'로 뽑혔다. 한국 대표기업이 범죄집단이라는 인식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제목이다.

기업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수사는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아무리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로 엮어야 하겠다는 검찰의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권력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검찰에 대한 원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12월 9일 진행되는 국정조사 청문회에 무더기로 불려간다. 청문회 장소에 줄줄이 굴비 엮듯이 끌려나온 그룹 오너들의 모습이 방송을 타고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방송을 본 국민들은 '역시 재벌은 안돼,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해외 주요거래처에서는 한국의 대표기업들과 거래를 해도 괜찮을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더구나 청문회가 끝나면 조만간 출범하는 특별검사(특검)가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압수수색과 오너 소환 및 조사가 반복될 수 있다.

얼마 전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한다면 매우 큰 세금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또 미국 제조업 부활을 내걸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15%로 인하하겠다는 경제정책 방향도 밝혔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기업을 쥐잡듯 몰아붙이고 있다. 소위 대권 잠룡이라는 인사 누구도 '경제'를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오로지 권력욕에만 사로잡혀 악다구니치는 모습뿐이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한국을 점점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만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는 고사하고 한국에 있는 기업들조차 해외로 이전할 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가 한국에서 기업을 하고 싶어 하겠는가.

기업에 대한 수사는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지금처럼 무차별적으로 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올 수밖에 없다.
검찰은 그동안 특별한 범법행위를 찾아내지 못하면 종결해야 하는데도 질질 끌고가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들어 포스코와 롯데그룹 수사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는 검찰이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shin@fnnews.com 신홍범 산업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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