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탄핵 앞서 승복 선언부터 하라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8 17:29

수정 2016.11.28 17:29

이승만·닉슨은 탄핵 전 하야..노무현·클린턴은 탄핵 중단
여야 국민 앞에 약속해야
[곽인찬 칼럼] 탄핵 앞서 승복 선언부터 하라


향후 최순실 사태가 전개될 네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이승만.노무현, 닉슨.클린턴 시나리오다. 이승만부터 보자. 1960년 정부통령 선거는 부정선거의 전형이다. 대리투표, 사전투표가 자행됐다. 4월 19일 시위가 전국을 뒤흔들었다. 이승만 정권은 계엄을 선포하고 총칼로 맞섰으나 하야를 외치는 함성은 하늘을 찔렀다.
결국 이승만은 4월 26일 하야한다. 당시 헌법에도 대통령 탄핵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국회가 탄핵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쫓기듯 내려왔다.

노무현 시나리오는 탄핵이 중도 무산된 경우다. 2004년 3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주도한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광화문에선 연일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다음달 총선에선 집권 열린우리당이 압승한다. 5월 헌법재판소는 속전속결로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노 대통령은 즉각 업무에 복귀해 임기를 마쳤다.

리처드 닉슨은 탄핵 전 내려왔다는 점에서 이승만과 비슷하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1972년 여름 처음 알려졌다. 닉슨은 같은 해 가을에 치러진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그 뒤 워싱턴포스트지를 중심으로 뭔가 수상쩍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1973년 상원은 워터게이트 특위를 가동했다. 여기서 결정적인 증거가 잡혔다. 대통령 집무실에 24시간 돌아가는 녹음장치가 있다는 것이다. 테이프엔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은폐하기 위해 닉슨이 참모들과 나눈 대화가 고스란히 담겼다. 1974년 7월 하원 법사위가 헌법에 따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다. 하원 본회의 표결을 앞둔 8월 닉슨은 끝내 사임한다.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포드 대통령이 닉슨을 전격 사면한 것도 이승만과 닮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8년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게 들통났다. 특검은 이를 낱낱이 파헤쳤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선 탄핵안이 순조롭게 통과됐다. 문제는 상원의 탄핵심판. 재적 3분의 2 이상, 곧 67표가 필요했으나 턱없이 부족했다. 미국 상원은 우리로 치면 헌재 역할을 한다. 클린턴은 높은 지지율 속에 임기를 마쳤다.

이승만 시나리오는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4.19 혁명 이듬해 5.16 쿠데타가 터졌다. 대통령 하야가 초래한 혼란이 군의 정치 개입을 불렀다. 지금 쿠데타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갑자기 물러난 뒤 닥쳐올 정치적 혼란을 과연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수렁에 빠진 경제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닉슨 시나리오는 어떨까. 사건 발생부터 사임까지 2년 넘게 걸렸다. 의회 워터게이트 특위도 가동됐고 특검도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걸 박근혜 대통령한테 적용하면 5년 임기를 채우고도 남는다. 이걸 수용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진사임을 거부하면 노무현.클린턴 선례를 따르게 된다. 국회(하원)가 탄핵안을 통과시키고 헌재(상원)가 최종 심판을 내리는 구조다. 노 대통령 때는 탄핵하지 말라는 시위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어떨까. 탄핵이 무산되면 큰 시위가 벌어질 것 같다. 만약 탄핵이 확정되면 보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멀뚱히 쳐다보기만 할까.

최순실 사태가 어느 시나리오를 밟든 중요한 것은 승복이다. 하야든 탄핵이든 탄핵중단이든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수든 진보든 자기 뜻대로 안 됐다고 파투를 놓아선 안 된다. 국회가 곧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친다고 한다.
그 전에 여야가 '승복' 선언부터 하길 바란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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