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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정은주 안산다문화 작은도서관 부관장 "외국인 찾아다니며 도서관 알렸죠"

장충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8 17:59

수정 2016.11.28 17:59

[fn 이사람] 정은주 안산다문화 작은도서관 부관장 "외국인 찾아다니며 도서관 알렸죠"

【 안산=장충식 기자】 경기 안산시 원곡동 외국인주민센터에 위치한 '안산다문화 작은도서관'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관한 다문화 전문 작은도서관이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이곳은 23개국 언어로 발간된 1만2000여권의 책을 읽을 수 있어 하루 평균 80~100명, 연간 3만여명의 외국인이 찾는다.

안산다문화 작은도서관이 이렇게 유명해진 데는 2014년 부임한 정은주 부관장(43.사진)의 노력이 컸다.

그는 다문화 도서관을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소모임을 운영하고, 직접 책을 들고 외국인 공동체를 찾아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정 부관장은 외국인들에게 "모국어로 된 책을 볼 수 있다. 한번 와보라"며 끊임없이 권유했고, 이렇게 해서 작은 도서관을 찾게 된 외국인들은 친구나 동료에게 입소문을 내면서 이제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소통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정 부관장은 작은도서관을 찾는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했다. 한국에서 비슷한 생활을 하는 외국인들 이야기가 알려지면 머뭇거렸던 다른 외국인도 용기를 내어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가 들려준 작은 도서관을 찾는 외국인들의 사연은 타국 생활로 인한 애환이 녹아 있다. 중국에서 온 한 결혼이주 여성은 너무 다른 문화에 무기력하게 몇 년을 보내다 우울증까지 겪었고, 지인의 소개로 작은도서관의 동화구연 교육을 받아 지금은 자격증을 취득해 도서관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또 얼마 전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민은 "한국에 갔다 온 친구가 꼭 이곳을 찾아가라고 했다"며 "외국인 단체, 보건소 이용법 등 한국에서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도움을 한 번에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안산 원곡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약 78%의 주민이 다문화 외국인이다.

정 부관장은 "주말이면 먼 곳에서 찾아오는 외국인도 많다"며 "몇 시간씩 걸려 와서는 모국어로 된 책을 읽고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외국인 비중이 높아질수록 정 부관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80㎡(23평) 남짓한 공간으로는 늘어나는 외국인을 수용하기가 점점 어렵기 때문인데,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70여개의 다양한 외국인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매번 공간이 부족하다. 지원예산도 안산시 예산과 함께 경기도 등 프로그램 운영사업을 통해 충당한다.

전국 최초 다문화 도서관이라는 것 때문에 전국 다문화 도서관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지만 이에 비해 규모와 예산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어로 된 책이 1만2000권에 달하지만 나라별로 필요한 책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정 부관장은 "다문화 도서관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이야기한다"며 "과거보다 다문화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나 이용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수요가 늘어날수록 지원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 부관장은 "다문화 도서관은 단순히 모국어로 된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외국인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며 "아직도 망설이는 외국인들이 한 번만이라도 찾아와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j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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