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트럼프의 통상정책과 한국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1.29 17:21

수정 2016.11.29 17:21

[여의나루] 트럼프의 통상정책과 한국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기간 중 내내 '미국 우선주의, 위대한 미국 재건'을 외치며 세계를 향해 공세적인 공약을 쏟아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불법이민자 추방, 멕시코 제품 관세 35% 부과,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산 제품 관세 45% 부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철폐.재협상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당선자 인수위원회의 '무역 200일 계획' 5대 원칙은 TPP 철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탈퇴, 불공정 수입 중단과 무역 관행 중단 및 양자 무역협상 추진을 포함하고 있다. 취임 즉시 TPP 철회, 캐나다.멕시코에 NAFTA 개정 통보, 100일 안에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200일 안에 양자 무역협상 개시 등 실행계획이 구체적이다. 우려하던 한·미 FTA 철폐.재협상 요구와 환율절상 압력이 코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한·미 FTA가 발효된 4년 동안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오르고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확대된 것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다.
그러나 한·미 FTA 이후 미국의 서비스부문 흑자 확대, 연간 70억~80억달러 미국산 무기 구입,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국익 등 일방적인 것이 아닌 만큼 다양한 논리를 갖고 설득해야 한다. 미국은 통상협정의 비준체결 권한이 의회에 있고, 한·미 FTA가 파기될 경우 당장 미국산 자동차·쇠고기 등 한국시장의 접근이 크게 불리해지기 때문에 폐기 가능성보다는 그동안 이행의 부족 등을 불만 사항으로 재협상 제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적으로 법률서비스 시장 개방, 약값 결정 과정의 투명성 제고, 정부 기관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 금지 등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미교역 흑자국인 중국, 일본, 독일, 한국 등에 환율절상 압력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이미 오바마 행정부도 베넷.버치.카퍼(BHC)법에 의거해 중국, 일본, 독일, 한국을 환율 감시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BHC법이란 대미 무역수지 200억달러를 초과한 국가,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한 국가,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외환을 매입한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국가 등 세 가지 기준이 충족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2016년 10월 기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7.7%(일본 3.7%, 중국 2.4%, 독일 2.4%)로 미국의 환율절상 압력의 근거가 되고 있다.

따라서 대미 흑자를 축소하기 위한 전략적인 정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으로, 수입선을 미국으로 돌려 대미 무역흑자를 축소해 환율절상 압력을 줄여야 한다. 미국 정부에 영향력이 큰 워싱턴 소재 피터슨경제연구소(PIIE)는 원화의 적정 환율을 1070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최근 환율은 1170원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당선자를 선거 열흘 만에 만났다. 일본의 최대관심사인 TPP 외에도 트럼프가 구상하고 있는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투자 사업에 일본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는 아베 총리의 발 빠른 행보 소식도 들린다.
리더십 공백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과 같은 다자간회의의 동시다발적인 정상회담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처지와 크게 대비된다.

통상 관련 장관들은 당장 현안으로 떠오른 한·미 FTA, 환율절상 압력 등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응하고, 국회도 의원외교 채널을 총 가동해 정부와 함께 대미통상 외교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정부에서 공론화 과정 없이 산업통산자원부로 이관한 통상기능이 잘 가동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윤대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국무조정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