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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위기에 대한 단상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2 17:17

수정 2016.12.02 17:17

[여의도에서]위기에 대한 단상


최순실 게이트, 경제 리더십 실종, 트럼프 리스크,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방에서 몰아닥친 파고에 경제가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의 현실화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생산.소비.투자.고용 등 주요 지표는 금융위기 수준으로 위축됐다. 경제의 주체인 가계.기업.정부 모두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탄핵론 등으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경제 컨트롤타워마저 실종됐다. 여기에 12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무역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깊어지고 있다.


최악의 경기로 서민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불황에 지갑이 닫혀 자영업자의 숨통을 죄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 대출은 289조원으로 전년 대비 14.2%(36조원) 급증해 또다른 부실의 뇌관이 되고 있다. 불황에 지갑을 닫고 수익이 부진해 550만 자영업자는 한 해 9만명이 폐업하는 형편이다. 1300조원에 달한 가계대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 금리인상에도 한국은행이 쓸 마땅한 카드를 찾기 쉽지 않다.

가까운 이웃이던 거대시장 중국도 사드 배치 문제로 껄끄러워졌다. 2~3년 전만 해도 음식료, 엔터테인먼트, 의류, 화장품 등 중국 소비 관련 업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 인구가 초코파이 한개씩만 먹으면…' '중국 관광객이 화장품 한개씩만 사면…'이란 기대로 오리온, 아모레퍼시픽 등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사드에 대한 중국의 격한 반응으로 열기가 식었다. 한국 드라마, 연예인 금지 등 한류도 막히고 있다. 지난 1일엔 청두 롯데백화점 소방점검 급습 등으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래인 4차산업 혁명 대비도 먹구름이다. 선진국뿐 아니라 '한 수 아래로 봤던' 중국에도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다.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 소재 벤처기업 바오첸리는 세계 첫 '가상현실(VR)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선전의 택시는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로 바뀐다고 한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혁신의 아이콘인 테슬라마저 추월할 기세다. 벤처와 모험자본이 융합하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천국인 선전은 연 8.9%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존 정보기술(IT).자동차 등 주력산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 미래산업에 대한 도전도 눈에 띄지 않는다.

최순실 게이트로 모든 것이 '올스톱' 상태다. 최순실 게이트는 비선실세 국정개입, 기업 기부금 강제모금, 입학 비리 등 고질적인 부패 행태다. 정권 때마다 반복된 비리의 사슬을 21세기에도 끊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는 '한국호'가 도약하기 위해선 부패 청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경제전문가는 "국내외 사례를 보면 경제개발시대는 일정 수준의 부패가 성장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부패 청산과 투명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의 패러다임으론 선진국에 올라설 수 없다. 위기가 깊어질수록 변화를 갈망하는 공감대도 커진다.
동이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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