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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통계의 기본원칙 ‘통계분류’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4 16:54

수정 2016.12.04 16:54

[차관칼럼] 통계의 기본원칙 ‘통계분류’

얼마 전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바 있다. 이 사건은 사망원인 기재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사망진단서 작성지침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즉,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종류가 외인사인지 병사인지의 여부가 적합하게 기재됐는지에 대한 논란이었지 사망원인을 기재하는 지침이 맞느냐 맞지 않느냐에 대한 논란은 아니었다.

외인사, 병사, 기타 및 불상 등의 사망종류 및 사망원인을 기재하는 기준인 사망진단서 작성지침은 통계청과 대한의사협회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따라 충실하게 작성한 것이다. 또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통계청이 국제기준에 맞게 분류한 것이다. 모두 원칙에 충실한 기준이기 때문에 논란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객관성과 공정성이 통계분류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사망진단서 작성지침을 통계청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통계청은 사망진단서 작성지침의 기준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국제질병.사인분류를 기반으로 1952년 처음 제정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통계청이 통계작성을 위해 사용하는 여러 가지 통계분류를 담당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운동경기의 규칙을 새로 만들거나 고칠 때 논란이 큰 것처럼 통계분류를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도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대립과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 주된 이유는 통계분류를 많은 부처 및 기관들이 정책지원이나 업무기준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산업분류는 총 89개 법령과 한국전력공사 전기공급약관에서 관련 업무 판단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기업 및 민원인이 통계작성 목적보다는 보조금 지원, 세제 혜택, 전기요금 감면 등의 다양한 혜택을 받기 위해 산업분류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경우는 많은 법령과 관련 업무 지침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통계분류를 고치는 것보다는 개별 사안에 해당되는 개별 법령과 업무지침을 고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즉, 특정 분야에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이 필요한 경우는 해당 통계분류를 탄력적으로 적용하여 그 목적에 맞게 해당 분야를 적절히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통계분류에만 의존해 기계적이고 획일적으로 그 분야를 지정하고 개별 해당 업무를 위해 통계분류 전체를 고치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공신력 있는 통계작성의 기준이며 규칙이 되는 통계분류를 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개정을 요구하는 많은 민원도 사실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종 통계분류를 통계청이 담당하는 것은 보조금이나 세금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아 다양한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어 국가통계의 객관성, 투명성을 보다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인식들은 현재 널리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관련 사항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민원들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객관성.중립성으로 무장해 국가통계의 품질을 제고하는 중요한 인프라인 통계분류가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국제기준이 국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국제기준의 개정을 주도해 나갈 것이다.

유경준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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