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계 총수 불러놓고 망신주기… 이번에도 '갑질 청문회' 되나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5 17:41

수정 2016.12.05 17:41

오늘 '최순실 청문회' 9대그룹 총수 총출동
진실규명보다 튀어보자식 질의로 맹탕청문회 가능성
기업 이미지.신뢰도 하락… 내년 경영계획 수립 차질
재계 총수 불러놓고 망신주기… 이번에도 '갑질 청문회' 되나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불러놓고 실시하는 청문회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재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과거처럼 청문회가 증인들을 '망신주기' 위한 자리로 변질되는 상황이 재연되면서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망신주기.호통.맹탕 재연 우려

5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9대 그룹 총수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국정조사특위 소속 의원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사면과 면세점 선정 문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외압 의혹 등과 관련해 총수들을 대상으로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재계 총수들에 대한 청문회 증인채택 과정에서부터 기존의 구태가 반복될 것이란 문제 제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과거처럼 의원들의 호통소리만 가득한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새로운 사실 확인 하나 없이 기존 의혹을 되풀이하는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 10월 열린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 관련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선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사회적 책임을 추궁하는 질책만 있을 뿐 성과 없이 종료됐다. 핵심 증인 채택이 불발되는 등 여야 의원들의 설전만 이어지면서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한·일전 축구경기에서의 응원팀을 묻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지난 2013년 국정감사장에선 부동산 임대회사 대표가 받은 유일한 질문이 자동차 회사와의 연관성을 묻는 사례도 있었다.

증인들을 향한 의원들의 과도한 면박주기 행태는 청문회를 계기로 '튀어보자'는 식의 선명성 경쟁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청문회에선 말과 행동 하나에 따라 인지도를 대폭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의 비주류 의원 다수가 이번 청문회에서 공격수를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국조특위 관계자는 "그룹 총수들을 향한 의원들의 호통소리가 청문회장을 가득 채울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국회 품격 향상, 청문회 본질 충실해야

이른바 '갑질 청문회'로 불리는 기존의 국회 관행과 제도를 두고 대대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그룹 총수들에 대한 증인채택으로 인해 기업의 경영활동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증인 대상 총수들은 주요일정을 취소하고 청문회 대비에 전념했고, 일부 그룹의 경우 정기인사를 연기하는 등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차질이 빚어졌다. 대내외적으로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하락시킨다. 외신들도 재계 총수들의 청문회 출석이 경제심리를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총수들을 청문회에 출석시켜 봤자 기대한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의원들의 질문이 기업의 경영전략과 연관돼 있을 경우 총수들의 답변은 배임행위가 될 소지가 있는 데다 의원들은 기업 기밀 유출을 강요하는 월권을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국회가 이번 청문회에서 기존의 구태에서 벗어나 품위를 향상시키고, 진실을 확인하는 청문회 본연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과도한 할리우드 액션 같은 행위는 과거 비민주적인 정권에서나 국민들의 인정을 받았다"면서 "국회가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번에 국회가 해야 될 일은 재벌을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진실을 끌어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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