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 아직 살아있다면..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7 17:01

수정 2016.12.07 17:01

[데스크 칼럼]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 아직 살아있다면..

"바보, 그동안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 중 제일 마음에 드는 별명입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보 정신'으로 정치하면 나라가 잘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눈앞의 이해관계로 판단하니까 이기적인 행동이 나오고 영악한 행동이 나오는 것이지요."

2007년 10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바보 노무현은 그렇게 살았다. 그의 소박한 가슴속에는 오직 국민밖에 없었다. 수십년간 항상 진흙길을 걸으며 오로지 앞만 보고 걸을 수 있었던 것도, 늘 서툴렀던 소통방식으로 혼란을 몰고 왔던 대통령 재임 때도 국민이라는 섬김의 대상이 있었기에 그는 올곧게 서 있을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의 눈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울을 봤을 때 나타나는 자신의 눈 말입니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으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김택근씨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을 정리한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정치 거목으로, 또 대통령으로 살아오면서 결정의 순간마다 아마도 거울 속 자신의 눈을 보며 다짐했을 것이다. 그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은 바로 국민의 눈이었다.

"나무에 너무 집착하면 숲이 안 보인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 말을 자주 했다. 그는 "크게 줄기만 잡고 단순하게 보는 것이 옳을 때가 많았다"며 "정치인은 큰 정치를 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그가 말한 숲과 줄기는 바로 국민이었다. 역사상 가장 담대한 정치인이었던 그가 군부독재를 떨치고 문민정부 시대를 연 원동력도 바로 국민만을 생각하는 큰 정치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게 '대도무문'이다.

그들은 갔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한평생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그들의 정신은 아직 살아있다. 또 그들을 대신할 정치적 적장자들을 남겨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적 동반자이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 수제자인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를 통해 그들의 정치를 본받게 하고 있다. 묘하게도 이들 세 명은 현재 실타래보다 더 얽힌 현재 정국의 한중심에 있다.

이제 지난 수개월의 거친 여정이 또 한번 고비를 맞는다.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여당과 야당은 이를 수용해야 한다. 몇 개월 새 국민은 너무도 지쳤다. TV를 안 본다는 사람도 계속 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갈갈이 찢기고 주저앉아 있는 사이 경제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가 엄청난 대변혁을 시작했지만 컨트롤타워를 잃어버린 '대한민국 호'는 표류한 채 가라앉고 있다.
이제 이들 정치인은 각자의 셈법을 버리고 국민이라는 하나의 목표만 생각해야 할 때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 큰 정치인의 적장자를 자처하는 당신들에게 묻는다.
"언젠가는 당신들이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을 다시 만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당신들은 그들의 얼굴을 어떻게 볼 것인가."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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