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여의나루] ‘NIMT 신드롬’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8 17:04

수정 2016.12.08 17:04

(NIMT : 내 임기 중엔 민감한 결정을 하지 않겠다)
[여의나루] ‘NIMT 신드롬’

검증받지 않은 민간인의 국정농단 사태가 온 나라를 끝모를 혼란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인 국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해법을 내놓아야 할 정치권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법당국의 처리도 지금은 다소 제자리를 잡아가는 듯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늑장, 부실 대응으로 성난 민심을 더 키우기만 했다. 국정농단의 진행과정에서 누구하나 노(No)라고 못했던 관료나 국가시스템이 우리의 현실이었다는 것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우리의 민주주의 국가 운영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3권분립의 주체 중 그 어디에도 국민의 신뢰와 버팀목이 되어줄 곳은 없다고 국민들은 느끼는 것 같다.
어디에서부터 그리고 누가 풀어야 할 실타래일지는 모르지만 하루빨리 이 모든 혼란의 종지부를 찍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뿐이다.

필자도 꽤 오랜 기간 국록을 받았던 사람으로 작금의 사태에 무거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 관료사회의 허술함이 낱낱이 파헤쳐지고 있는 요즘 누구보다도 자괴감을 갖고 있을 공무원 후배들이 안쓰러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쓴소리를 해주고 싶다. 바로 국가혼란과 국정마비를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통상 집권 5년차가 되면 레임덕(집권말 권력누수현상)이 찾아오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그리고 관료사회는 그런 현상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른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으로 그 어느 때보다 관료들의 복지부동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극에 달한 관료들의 무기력과 복지부동이 이 국정마비 사태를 더 심화시킬지도 모른다. 물론 관료사회에서 한 집안의 가장과도 같은 대통령의 권위와 국격이 동시에 무너진 현 상황에서 제정신을 갖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그리고 외쳐대는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소리는 오로지 대통령 한 사람에 대한 외침이라기보다는 행정부 전체에 대해 정신 차리고 올바르게 하라는 일침이기도 하다. 성난 민심이 뭘 말하고 있는지 똑바로 알고 마음에 새겨야 한다. 지금의 혼란에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면 관료사회가 그 중심이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제껏 행정수반의 명을 받아 수동적으로 그것을 이행하는 관료였다면, 이제 나라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인 행정과 국정 안정화에 역량을 발휘하는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 우리의 처지가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건이 얼마나 복잡다기한지 세세하게 얘기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NIMT(Not In My Turn) 신드롬 이란 게 있다. 임기말 골치 아픈 일들의 처리를 다음으로 넘기는 이른바 무사안일, 복지부동의 사고와 그런 업무수행을 꼬집은 말이다. 꽤 오래 이런 신드롬이 공직사회에 만연된 모습을 우리는 보아왔다.
행정부에 국한된 말도 아니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싶지만 멍 드는 건 국민들 아니겠는가. 정부 정책의 신뢰, 국가경쟁력 확보 등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데는 바로 우리 공직사회에 NIMT가 너무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데 그 연유가 있다고 본다.
이번 국정농단의 해법을 바로 여기에서, 그리고 공직사회가 찾아보았으면 한다.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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