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문순 칼럼] 유능한 공공기관장 뽑을 기회다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14 17:01

수정 2016.12.14 20:19

마사회 등 24곳 수장 공석.. 낙하산 인사 폐해 너무 커
황교안 대행 인선 서둘러야
[강문순 칼럼] 유능한 공공기관장 뽑을 기회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7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 6개월째 행방이 묘연해 국회는 출석요구서조차 보내지 못했다. 그는 9월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관련 서별관청문회에도 불참했다. 홍 전 회장은 3년간 재임하면서 산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분식회계를 막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정부가 4조3000억원을 부담하고 확보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를 날려버리기까지 했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나라망신까지 시켰다.


산업은행 회장 자리가 어떤 자린가. 연봉이 3억원을 넘는 데다 자회사만 100개가 훌쩍 넘는다. 막강한 권력이다. 홍 전 회장은 애초에 산은 회장으로 부적격인 사람이었다. 산은 회장에 임명됐을 때도 금융계가 어리둥절해했다.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인 그는 스스로 낙하산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조원동 청와대 전 경제수석이 홍 전 회장에게 "당신이 산은 회장으로 지명됐지만 거절하는 게 좋겠다"고 했을까. 능력과 인성은 검증하지 않고 학연으로 얽힌 인사가 빚은 참사다. 인사가 만사라 했지만 망사(亡事)가 된 꼴이다.

탄핵 정국의 혼란으로 공공기관장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공공기관이 24곳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기관은 내년 사업계획 수립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앞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이 줄줄이 나온다는 게 더 문제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정부 기금을 관리하고 정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다. 공공재를 관리하며 정부재정에 기여하기도 한다. 넓은 의미의 정부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공공기관장의 빈자리는 간단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정책 집행 마비와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임자 인선이 지연되다 보면 공공기관들도 내부적으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권선주 행장은 오는 27일 임기가 만료된다. 권 행장 임기만료 후에도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박춘홍 전무가 대행 체제로 조직을 이끌게 된다. 문제는 박 전무의 임기도 내년 1월 20일이면 끝난다는 것이다. 박 전무의 임기가 끝나면 정관상 상임이사가 대행직을 물려받아야 하지만 기업은행에는 박 전무 외에 상임이사가 없다. 수장의 완벽한 공백 사태를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공공기관장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에서 3~5명의 후보자를 선정한 뒤 주무부처 장관이 1~2명을 추려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행사해도 되느냐는 논란 때문이다.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국정 기조를 바꾸는 것은 힘들지만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권한 행사는 가능하다는 주장이 우세한 편이다. 기존 인사를 경질하고 교체하는 것은 어렵지만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임기만료로 빠져나가는 사람을 메워넣지 않는 것은 국정공백 최소화라는 권한대행의 역할에도 어긋난다.


황 권한대행은 주저하지 말고 신속히 인사 작업에 나서 경영공백을 없애야 한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지금이 오히려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역량 있는 인물을 선발할 수 있는 기회다.
인선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능력 있는 전문가를 뽑으면 국민들도 박수를 칠 것이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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