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특검, 핵심만 족집게식으로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18 17:13

수정 2016.12.18 17:13

[데스크 칼럼] 특검, 핵심만 족집게식으로

"국회의 탄핵은 이유가 없고 따라서 기각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피소추인측 대리인단을 통해 제출한 답변서의 요지다. 24쪽 분량의 답변서에서 헌법 위반 5건, 법률 위반 8건 등 전체 13건의 탄핵사유를 사실상 전면 부정한 것으로, 앞으로 진행될 헌재 심리과정에서 치열한 법적.사실적 공방을 예고한 것이다. 이번주 공식 수사에 착수, 내년 2월 말까지 종료하겠다는 시간표를 작성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서도 이번 수사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한 박 대통령 측의 만만찮은 반격에 수사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헌재 탄핵심판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이어 특검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이번 초유의 사태는 선출된 권력이 비선실세를 통해 정부 기구 내지 기능을 사유화하고 사익을 챙겼는지가 핵심이다. 했다면 법률과 헌법에 위배됐느냐를 규명하는 것이 촛불광장이 아닌 헌재와 특검팀의 역할이다.
특히 특검팀은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과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관련 비리 등 특검법상 14가지 의혹을 수사해야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 최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과정에서 폭로된 여러 의혹 및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그 밖의 사건도 수사대상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 105명 규모의 매머드급 특검이라 해도 쉽지 않은 행로가 될 것이라는 점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따라서 수사의 효율성이 관건이다. 특검팀이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가 진행한 69일간의 수사 성과를 어떨게 활용할지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으로 출범한 특검이지만 검찰의 명운을 걸고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칼을 들이댄 특수본의 성과까지 폄훼할 이유는 없다. 수사 초기 눈치보기, 뒷북수사 논란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단일 사건으로는 검찰 사상 최대규모인 검사 44명을 포함해 모두 185명의 수사인력을 투입, 412명을 조사하고 150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73명의 계좌를 추적하고 관련자 214명의 통화내역을 분석했다. 최씨를 비롯해 안종범, 정호성, 차은택, 장시호, 김종 등 핵심 인사를 줄줄이 구속기소하고 박 대통령은 여러 사건의 공범으로 입건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팀의 존재감을 보여준다며 새로운 인지수사를 통해 곁가지 늘리기보다는 특수본의 성과를 최대한 활용, 보완하면서 핵심에 접근하는 것이 '시한부' 특검팀의 수사 효율성을 높여주는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 특검 역시 "수사 준비기간에 자료를 충분히 검토, 수사에 착수하면 바로 피의자 등 관계자들을 나오게 하겠다"며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핵심만 족집게식으로 수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한 수사, 효율성 추구가 특검팀 운영의 큰 줄기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특히 기업 수사는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이미 검찰 수사과정에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총수 소환조사,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출석 등을 통해 사실관계의 얼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새로운 범죄 혐의 없이 이뤄지는 반복적인 압수수색이나 줄소환 등은 기업 압박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미증유의 경제침체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영환경, 국가 리더십 부재에 의한 경제정책의 불투명성 등 거센 파고 앞에서 기업의 불안정한 상태가 이처럼 계속돼서야 우리 경제는 캄캄하다.
특검팀의 날카롭되 지혜로운 칼을 기대한다.

doo@fnnews.com 이 두 영 사회부장 .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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