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장클릭] 해운업 구조조정 원칙의 덫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0 17:34

수정 2016.12.20 17:34

[현장클릭] 해운업 구조조정 원칙의 덫

"현대상선도 해운업 구조조정 원칙의 덫에 걸려들었다."

현대상선의 2M 가입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였다. 외신을 통해 '가입 실패' 소식이 속속 날아들었다. 이 모습을 본 한 업계 관계자가 "하루아침에 한진해운을 무용지물로 만든 해운업 구조조정 원칙이 현대상선마저 괴롭히고 있다"며 던진 말이다.

그는 "얼라이언스 가입이 자율협약의 전제 조건이 아니었다면 현대상선의 옵션은 훨씬 다양했을 것"이라며 "2M 가입을 위한 협상카드도 더 많아졌을 텐데 산업은행이 내건 자율협약 전제조건이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실제로 며칠 뒤 현대상선은 '2M과 얼라이언스 협상 타결'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사실상' 2M에 가입했다는 자료를 배포한다.
다음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2M 얼라이언스 협정 체결'이라고 했지만 명확한 의미가 불분명해 기자들도 혼란스러워했다.

현대상선은 "2M 회원사 간의 협력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얼라이언스에서 협력하는 수준까지는 결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협정이 현대상선의 경쟁력 강화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 해운전문가 역시 "얼라이언스 명칭보다 협력 내용이 더 중요한 것은 맞다"며 "이름만 얼라이언스고 내용 없는 속빈 강정이면 더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구조조정 원칙에 얽매여 얼라이언스가 맞다고 우기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며 "얼라이언스 가입은 아니지만 현대상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고 솔직히 말하면 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얼라이언스 가입이 처음에는 자율협약 전제 조건이 아니었다. 김충현 현대상선 부사장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얼라이언스 가입은 자율협약 조건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들어와 있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이해관계자(용선주, 사채권자 등)의 동참을 전제로 하며, 이 중 하나라도 협상이 무산될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될 예정"이라며 채무조정에 과한 내용만 있을 뿐 얼라이언스 가입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원래 존재하지도 않았던 원칙이 현대상선이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자신들의 '원칙'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현대상선에게 '얼라이언스는 아니지만 얼라이언스다'라는 해괴한 설명을 하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