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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 사건]군납비리 오명 쓴 보훈복지단체, 원가검증 반박 대역전극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1 15:23

수정 2016.12.21 15:23

지난해 8월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에서 판결문이 낭독되는 순간 70~80대의 노인이 대부분인 원고석과 방청석 곳곳에서 승리의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긴장감이 순식간에 풀려 다리가 휘청거리기도 했고 거동이 불편한 몇몇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힘껏 박수를 쳤다. 생각지도 못한 완승에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이들은 전투복 등을 군납하는 보훈복지단체 관계자들로, ‘군납비리’란 오명을 쓰고 물품대금 280억원의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물품대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이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부상당한 상이군인의 거주와 자활을 위해 설립된 ‘부산의용촌’과 한국전쟁 전몰군경들 미망인의 자활을 위해 설립된 ‘미망인모자복지회’ 등 보훈복지단체들은 방위사업청과 계약을 통해 전투복, 군복 등의 군수품을 납품해 왔다. 40년 가까이 군납을 해오면서 상이군인 및 미망인의 자립기반이 됐을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제공에도 일임을 해왔다.
품질 개선에 끊임없이 노력해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품질인증, 국방품질경영시스템인증을 받기도 했다.

사건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단체는 2006년 이전부터 원단업체 A사에게서 원단을 제공받아왔는데, 방위사업청에 피복을 납품하고 납품대금을 지급받아 A사에 원단가격을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피복을 생산하는 보훈복지단체가 A사로부터 소정의 돈을 돌려받은 부분을 검찰이 원가를 부풀린 사기로 보고 기소한 것이 문제가 됐다. 방위사업청은 이를 근거로 6개 보훈복지단체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했다고 판단, 이 돈을 물품대금에서 상계처리하는 한편, 모든 공공발주를 제한하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을 내렸다. 이에 각 보훈단체들은 형사사건 대응과 함께 물품대금 청구소송과 부정당업자 처분 취소소송을 각각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 때 법무법인 율촌이 지원군으로 나섰다. 사건을 선임한 정원 변호사는 방위사업청의 원가결정 절차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검찰 기소 및 방위사업청의 주장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관련 일부 형사사건에서도 무죄 또는 일부 무죄 판단을 이끌어 내는 한편, 행정소송에서도 보훈단체 승소가 확정됐다.
미망인모자복지회와 부산의용촌이 청구한 민사 사건에서는 “방위사업청은 원고들이 청구한 미지급대금과 채무부존재 금액 등 150억원 및 미지급금액에 대한 지연손해금까지 지급하라”며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정원 변호사는 “공공계약에서의 비리행위는 반드시 척결돼야 마땅하지만 거래 유지 목적으로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업체간 리베이트 제공행위와 적정 원가를 부풀린 사기행위는 엄연히 구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리베이트에 대해 사기죄를 적용함에 따라 파생된 불행한 사건”이라며 “원가부정의 경우 사기죄 구성요건의 성립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사실관계와 정확한 원가산정실무에 입각한 법리검토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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