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여의나루] 탄핵심판의 절차적 정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2 17:17

수정 2016.12.22 17:17

[여의나루] 탄핵심판의 절차적 정의

헌법재판소가 지금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초대형급 태풍의 눈 안에 들어섰다. 세계적으로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사법기관이 결정한 예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이런 참담한 상황을 12년 사이에 잇달아 맞닥뜨리게 되었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역시 우리 정치 사회를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몰아가고 있다.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서 타오르는 촛불시위는 이제 안국동 헌법재판소에까지 옮겨가 탄핵 가결과 부결을 요구하는 마이크 소리로 재판관들이 제대로 심리에 집중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 된다.

8주간 지속된, 대통령 하야 요구 촛불시위는 전 국민적 분노의 응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촛불시위가 헌법재판의 절차와 결과까지 압박하려 한다면 그것이 과연 진정한 촛불민심인지 의문이 든다. 촛불시위를 국민의 의사가 표출되는 일종의 정치적 퍼포먼스라 한다면, 탄핵심판은 법의 지배와 재판의 독립이 작동되어야 하는, 정치와는 별개 영역이다. 물론 헌법재판에는 다소 정치적 성격이 개재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헌법재판소는 엄연한 사법기관이고 그래서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의 독립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이념과 진영 논리에 상관없이 이것은 존중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이 비상시국에 맞추어 분주하다. 날마다 재판관회의가 열리고, 내년 1월 개최하기로 했던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 국제심포지엄도 연기했다. 그만큼 이 사건 심리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법의 선언은 적절한 시기에 내려져야 유효하고 의미가 깊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사안의 절박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가능한 한 신속한 판단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정당이나 정치인, 시도지사까지 나서서 신속재판을 하라면서, 심지어 내년 1월까지라는 기한을 설정해서 탄핵인용결정을 암시하는 듯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재판까지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드는 것은 바로 재판의 독립과 법의 지배를 위협하는 행태로 비쳐질 여지가 다분히 있다.

정의는 보통사람들의 검증과 거리낌없는 논평을 거쳐야 하고, 재판의 경우라도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정의 실현과 관련된 언급이나 논평을 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통상적인 것이다. 하지만 재판관은 이러한 언론의 보도나 대중의 여론에 의연해야 한다. 단체들과 이익집단들의 영향력 행사나 시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오직 정직하고 공정하게 헌법과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

재판관은 누구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재판관이 오로지 받들어야 하는 주인은 바로 법과 국민이다. 헌법재판의 공정성은 이러한 재판관의 독립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루어지기 어렵다.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모두 중심을 확실히 잡고 차분해져야 한다. 이러한 헌법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해 국민들도 이를 잘 이해해야 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1988년 출범한 이래 헌법적 가치들이 우리 생활속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열악한 풍토하에서도 각종 국가적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세계 헌법재판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 헌법재판소가 우리 재판관들과 여러 차례 세미나를 가지면서 그 동안의 성과와 경험을 교환하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을 정도로 한국 헌법재판소를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국민은 이런 헌법재판소를 믿고, 그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열린 자세와 절제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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