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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 특허의 역할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5 16:57

수정 2016.12.25 16:57

최 동 규 특허청장
[차관 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 특허의 역할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에너지 발견이나 물건의 발명으로 촉발된 산업혁명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해왔으며 요즘에는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강하고 유연한 지식재산권 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 제도는 이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변화돼갈까.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발명에서 기인했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물리적 에너지를 사용해 기계가 물건을 생산하는 1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렸다. 이 시기에 특허제도는 새로운 발명에 대해 특허를 등록해 주는 정도에 머물렀다.

2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전기라는 형태로 저장, 전송되면서 시간.공간적 제약이 사라져 에너지 사용의 '연결'이 시작된 셈이다. 내연기관이나 외연기관이 아닌 연결에 의한 전기에너지로 다양한 기술이 사람의 힘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확산됐다. 그러면서 생활의 편의라는 게 시작됐다. 개인이 이용할 수 있게 세탁기부터 전구, 냉장고 등 생활에 도움을 주는 수많은 발명품들이 개발됐고 인류의 삶은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이때부터 특허는 본격적인 역할을 시작했다. 전기에너지로부터 나오는 수많은 발명품들은 특허를 통해 독점권을 얻기 시작하고, 독점권은 더 많은 사람들이 발명에 뛰어들도록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발명이 인간 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3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터넷과 함께 정보산업을 기반으로 등장했다. 정보의 활용과 공유가 혁신을 주도하고 인간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여전히 특허가 새로운 발명에 기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정보의 출처가 누구냐'가 중요해져 이때부터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저작권이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1, 2, 3차 산업혁명은 그동안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혁명이다. 그럼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은 한마디로 '연결' 그 자체이다. 과거에는 축적된 데이터의 양이 적어 이를 합쳐봤자 별로 새로운 게 아니었다. 물리적인 에너지가 중요했고, 물건이 중요했고, 사람들은 새로움에 열광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것을 데이터화해 사람들이 편하게 사용하도록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에서도 데이터를 가진 사람들로부터 일종의 표절을 단속하는 방향으로 지식재산권 제도가 흘러갈 것이라 생각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스스로 표절을 밝혀주기 때문에 단속이 더 쉬워졌고 모방자들은 설 곳을 잃게 된다. 즉 지식재산권을 통한 권리 확보보다는 베끼는 행위 자체를 감시하는 게 더 중요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는 특허의 역할이 축소돼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대체하지 않듯이 4차 산업혁명에서도 우리가 전통적으로 만들어온 물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과거처럼 혁신적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3차 산업혁명까지의 산물을 지키는 역할은 계속돼야 한다.
제조업과 인공지능의 연결이 4차 산업혁명이라면, 제조업을 지키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허는 여전히 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지식재산권 제도가 특허, 상표 등의 개별적인 권리를 각자 따로 보호하는 방향에서 표절이나 베끼는 행위를 감시하는 소위 무임승차를 막는 쪽으로 수렴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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