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데스크 칼럼] 삼성전자 같은 금융회사, 꿈도 꾸지마라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5 16:58

수정 2017.01.01 14:33


[데스크 칼럼] 삼성전자 같은 금융회사, 꿈도 꾸지마라

이 칼럼은 최근 만난 한 젊은 회사원에게서 들은 얘기가 계기가 됐음을 미리 밝혀둔다. 그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을 어떻게 풀어내나 싶었는데 이 회사원의 말에 일정부분 공감해 풀어서 인용한다.

오랜기간 한국의 금융회사가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무대에서 우뚝 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왔다. HSBC, 씨티 등 세계적인 은행이 즐비해 그 틈바구니를 뚫기 어렵겠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금융도 커갈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 금융의 현 위치는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다. 중국 및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 정도가 국내 금융회사 해외 진출의 거의 전부다.
글로벌화의 핵심인 국제 파이낸싱시장에서도 국내 금융회사는 아웃사이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50대 은행에 국내 금융회사는 한 곳도 없다. 경제규모는 11위인데 금융의 위상은 아마 20위권 밖일 듯싶다. 세계 50위 내 은행에 미국은 9개, 중국은 10개, 영국은 5개가 있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호주가 4개, 스웨덴도 1개인 점과 비교하면 경제규모에 비해 금융이 너무 취약하다. 국내 금융회사를 삼성전자와 비교하려는 말 자체가 부끄러운 상황인 셈이다. 예전에는 그 이유를 금융업이라는 특수성에서 찾았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각국 정부가 자국 회사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현대적인 금융시스템이 유럽과 미주를 중심으로 체계화되고 성장함에 따라 주류에 끼어들기 어려운 점도 있다. 따라서 금융의 글로벌화와 삼성전자의 해외 진출을 단순 비교하기 사실 어렵다.

하지만 업종의 특수성 외에 간과해서는 안될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한국 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한국에서의 금융은 단지 제조업을 떠받치는 보조적인 수단이다. 기업이 어려우면 금융은 지원을 해야한다. 혹여 자금을 회수해 기업이 망하면 일자리를 빼앗는 나쁜 수전노라는 욕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한다. 또 장사를 잘해 수익이 좋아지면 제조업체들은 잘했다는 얘기를 듣지만, 금융회사들은 기업과 국민을 쥐어짜서 자기 배를 채웠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

제조업과 금융업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은 연말이 되면 더욱 확연하게 나타난다. 삼성전자가 사업을 잘해 직원들이 두둑한 연말 보너스를 챙기면 모두가 부러워하며 삼성전자를 칭찬한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수익이 많이 나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면 삼성전자의 사례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금융회사가 한국에서 나오기를 꿈꾸는 것은 애초부터 어림도 없었다. 누군가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 선두로 치고나오면 정을 맞게 돼있다. 그래서인지 한국 은행들은 마치 키를 맞추듯이 규모나 수익이 거의 고만고만하다.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는 듯하지만 사실, 너무 나서면 정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감도 깔려 있다.

한국의 제조업이 정점을 지났다.
조선, 철강, 화학 등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핵심 업종이 쇠퇴기로 접어들면서 앞으로의 먹거리와 일자리는 서비스업에서 찾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금융은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 분야로, 해외 진출 등을 통한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 금융은 앞으로도 계속 제자리를 맴돌 것이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 금융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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