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논단] 트럼프와 푸틴이 작당한다면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28 16:47

수정 2016.12.28 16:47

[fn논단] 트럼프와 푸틴이 작당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세력을 확대 중인 유럽의 극우정당을 지원한다면 유럽은 어떻게 될까?'

너무 지나친 음모론적인 이야기라고 힐난할지 모르겠지만 프랑스나 독일의 일부 정책결정자들은 위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두려워한다. 양 정부 인사들과 격의 없는 담소를 나눈 영국 언론인의 전언이다.

일단 트럼프 당선자의 언행을 보면 이런 시나리오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이달 초 미 중앙정보국은 러시아 해커들이 공화당과 민주당을 해킹했으나 민주당 자료만 위키리크스에 흘려 이것만 공개되었다고 밝혔다. 중앙정보국뿐만이 아니라 미 정보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는 데 러시아가 일조했다는 것. 트럼프는 이를 일축했다.
독재국가인 러시아의 해커들이 미 양대 정당을 해킹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이슈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자가 정보당국의 신중한 결론을 무시하는 매우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보여준 언행이 해답을 준다. 그는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라고 주장했고, 대표적인 친러 인사인 전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한편 트럼프는 대중국 강경발언을 거리낌 없이 해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 1970년대 닉슨 대통령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손잡은 것에 비해 대상이 바뀌었을 뿐 전략은 유사하다. 앞으로 트럼프가 취임 후에도 계속해 이런 행동을 취한다면 이는 미국 외교정책의 틀을 바꾸는 정책 변화다.

프랑스에서는 내년 4월 말 대선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 반이민과 유로존 탈퇴를 내세운 민족전선(FN)이 정당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러시아 금융기관들이 마린 르펜 당수가 이끄는 FN에 대출을 해주었다. 가을에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총선을 치른다. 창당 3년 만에 지지도에서 3위로 등극한 반유로, 반이민을 내세운 독일의 극우 독일대안정당(AfD)도 이변이 없는 한 독일 연방하원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프랑스와 독일 선거에 미 대선처럼 해킹 등을 통해 개입하고 내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할 트럼프가 이를 수수방관하거나 아니면 한 술 더 떠 유럽의 극우정당을 적극 지원한다면 최악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러시아가 최대 수혜자다.

2016년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당선처럼 블랙스완(흑조)과 유사한 일이 일어났다.
정유년 한해 동안 국제정치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질 듯하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승객을 격려하고 안심시키면서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노련한 선장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불확실한 국제정세에 대비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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