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뭐 이런 걸 다..] 생활 속 ‘꿀팁’ 뒤에 숨은 안전불감증

오충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31 09:00

수정 2017.01.03 16:01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제시한 황당한 꿀팁 "젖은 휴대전화는 밥통에 넣어 말려라"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자레인지로 칫솔 소독하기, 소주로 가스레인지 청소하기...”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활 속 꿀팁’입니다. ‘꿀팁’은 ‘유용한 정보’라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이런 종류의 게시물은 블로그나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인기 있습니다. 편리하고 간편한 정보로 인식돼 독자들이 공유해 널리 전파합니다.

다양한 꿀팁 중에는 전자제품에 관한 내용이 많습니다. 원래 목적대로 사용해야 할 전자제품을 엉뚱하게 사용하라는 게 대부분입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주로 긍정적입니다. “참신하다”라든지 “꼭 따라 해봐야겠다”라는 댓글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칫솔이나 행주를 소독하라거나, 속옷을 삶거나 건조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따라 하는 것은 안전사고 위험이 큽니다. 전자레인지에서 불붙은 칫솔을 꺼내다가 화상을 입었다는 네티즌도 있습니다. 일부 제품에 있는 ‘스팀타월 만들기’ ‘젖병소독` 같은 기능 이용 말고는 조리 외의 행위는 위험합니다. 전자레인지 안전설명서에 분명히 “이물질을 절대 넣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국민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전자레인지 화재 사고 50건 중 38건은 사용자 부주의가 불러 왔습니다. 전자레인지 자체가 위험하지는 않지만 무분별한 사용에 따라 사고를 부르는 전자제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스레인지와 관련된 대표적인 꿀팁으로는 ‘소주로 청소하기‘가 있습니다. 음식물로 더러워진 가스레인지를 집에 남은 소주로 닦으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가스레인지 제조사에 따르면 원래 가스레인지는 물에 젖은 천으로만 닦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합니다. 청소효과를 높이려고 세제 등을 사용한다면 중성세제(주방용세제)를 써야 합니다. 가스레인지 제조사 관계자는 “중성세제를 거품이 나지 않게 마른 천에 소량만 묻혀 닦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주 등 다른 성분이 청소에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제품 내부나 화구로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굳어서 못 쓰는 화장품을 전기밥솥을 이용해 녹이는 방법도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딱딱해진 젤 아이라이너를 녹이려면 페이셜오일을 섞어 비닐봉지에 넣은 후 전기밥솥에 30분 정도 넣으면 된다”는 내용입니다. 전기밥솥에 용도 외의 물건을 넣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제조사들은 안전설명서에서도 이를 강조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방법이 꿀팁이라는 이름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인뿐만 아니라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이런 위험한 행위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의 한 연구기관은 2014년 8월, 여름 휴가철 휴대전화 관리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물에 빠진 휴대전화을 전기밥솥에 신문지를 깔고 2~5시간 보온 상태로 넣으면 정상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여름철 자동차 내부는 80도까지 올라가므로 휴대전화 건조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방법을 홍보했습니다. 물론 “배터리는 분리하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 행동인 것은 분명합니다. 제조사들의 전기밥솥 안전설명서에도 “이물질, 특히 금속성 물건은 절대 넣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가 있습니다. 휴대전화안전 설명서는 “휴대전화가 물에 젖었을 때 건조하기 위해 난로, 전자레인지 등에 넣으면 폭발하거나 변형 또는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자제품을 잘못 사용해 고장 난다면 소비자기본법이 규정한 무상보증 등의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특히, 화재로 이어졌을 경우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소송에 휘말린다면 불리한 것은 당연합니다.
달콤한 ‘꿀팁’ 뒤에 숨은 위험은 없는지,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는 게 아닌지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해 보입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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